위조꾼들 ‘군침’… 가짜 그림 경계령 최근들어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가짜 그림이 국내에 많이 나돈다. 장제스(蔣介石) 등 유명인사에게 선물로 준 그림이라는 내력까지 그럴듯하게 갖춘 것들이다. 심지어 중국이나 대만의 서화 감정 전문가들의 감정서까지 첨부돼 있다.
이 같은 양상은 미술시장에서 치바이스의 그림 가격이 폭등하면서 벌어지고 있다. 위조꾼들에겐 천문학적인 돈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치바이스는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파블로 피카소(1881∼1973)에 이어 작품 거래액이 가장 높은 작가로 조사된 바 있다. 미술시장 분석 전문 사이트인 ‘아트 프라이스’에서 4월 발표한 ‘2010 미술시장 트렌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미술품 경매에서 팔린 치바이스 작품의 낙찰액은 총 3700억원 (3억3900만달러)으로 3822억원(3억5000만달러)을 기록한 피카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중국경매시장에서 치바이스의 그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백하도’로도 불리는 ‘군룡입해도’가 1억2000만 위안(200억원)에 낙찰됐고, 곧 이어서 ‘송백고립도’가 4억2250만 위안(718억원)에 거래됐다. 중국 근현대 서화작품 경매에서 최고가 기록이다.
위조꾼들에겐 군침이 도는 ‘재료’라는 얘기다. 치바이스의 가짜 그림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분업화된 전문 위조단이 활약하고 있을 정도다. 그림을 배우는 이들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임모한 것이 진짜 작품으로 미술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때론 엉뚱한 작가의 작품이 대가의 진품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매시장에서 7280만 위안(126억원)에 거래된 쉬베이홍(徐悲鴻·1895∼1953)의 누드화 작품이 위작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 중국 중앙미술학원에 재학했던 학생들이 이미 고인이 된 자신들의 동료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증거물로 당시 한 모델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그린 자신들의 누드화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습작이 대가의 작품으로 팔리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족인 아들까지 내세웠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작품 세탁’의 유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얼마 전 한 미술계 인사는 지인으로부터 치바이스 그림을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진품이라면 가격이 700억원은 웃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의뢰자는 300억원만 받을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매력적인 조건’까지 달았다. 전형적인 가짜 거래 수법이다. 감정결과 위작으로 판명됐다.
중국 근현대 그림이 투자 가치가 높아지면서 날로 국내 컬렉터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짜 그림이 판칠 수 있는 환경이다. 미술시장에 치바이스 가짜 그림 경계령이 내려졌다.
중국서화 감정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중국 그림은 작품뿐만 아니라 감정서까지 진위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편완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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