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2의 리강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이번 파문은 지난 6일 밤 9시쯤 베이징 하이뎬(海澱)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에서 비롯됐다. BMW와 아우디를 몰던 10대 운전자가 앞서가는 차량 운전자 펑(彭)모씨 부부를 마구 때렸다. 펑씨는 머리에 11바늘을 꿰맸고 코와 눈을 심하게 다쳤다. 면허도 없이 번호판 없는 BMW를 몬 10대 운전자는 중국에서 국민가수라 불리는 리솽장(李雙江)의 15살짜리 아들인 리톈이(李天一)였다. 군인 가수인 리솽장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줄곧 높은 인기를 누린 중국의 국민가수로 현재 군 소장 신분이다.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펑씨 부부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순간 뒤따르던 차량 2대가 급정차했다. 차에서 이톈이는 친구인 쑤난(蘇楠·18)과 합세해 속도를 늦췄다는 이유로 펑씨 부부를 3분 동안 구타했다.
이에 주변에서 몰려온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이들은 더욱 기고만장하며 ‘누가 감히 110(긴급구조전화)에 신고해?”라고 외쳤다고 한다. 파문이 확산하자 리솽장은 지난 8일 병원으로 펑씨 부부를 찾아가 눈물까지 흘리며 “자식 교육을 잘못했다. 용서를 빈다. 나는 이 일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사죄했다.
여기에다 쑤난의 배경을 둘러싼 의혹까지 불거져 파문은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사건 당시 산시(山西)성 정부기관 번호판을 단 아우디 운전자인 쑤난의 부친이 산시성 차량 무역업체 사장으로 전해졌으나, 생부는 산시성 공안청의 부청장이자 타이위안(太原)시 공안국장인 쑤하오(蘇浩)임이 폭로됐다.
산시성의 전직 기자 출신인 리젠쥔(李建軍)은 12일 자신의 웨이보에서 “쑤난은 쑤하오가 과거 수년간 사귀었던 여대생이 낳은 사생아”라면서 이 문제로 쑤하오 측에서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시성 공안청 측은 쑤하오에게 사생아가 있든 없든 개인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률전문가와 네티즌 사이에서는 “고위 관료에게 사생아가 있다면 위법행위이며, 당적 취소·기소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일이 아니라 당 기율과 국법에 관련되는 일이다. 유명인은 자녀교육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리강사건이란 지난해 11월 중순 허베이성 바오딩시 공안국장 리강의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가난한 농촌 출신 여대생을 숨지게 한 뒤 현장에서 체포된 후 ‘내 아버지가 리강이야’라고 외친 것에서 비롯됐다. 중국 권력층과 부유층 2세의 도덕불감증을 반영하는 사건으로 꼽힌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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