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팔수록 손해… 업계 가동률 80% 감산 불가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의 끝은 어디일까.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TV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LCD 패널 값은 보름마다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무서운 급락세다. 이미 LCD 패널 값은 원가 이하로 내려가 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 중 디스플레이 사업이 18%를 차지하고 LG디스플레이는 100% LCD 사업에서 매출이 나온다는 점에서 패널값 급락은 국내 기업들에 치명적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세계 LCD 시장의 53.5%를 점유해 이 같은 불황은 한국 경제에도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CD 패널의 9월 전반기 가격이 TV용, PC 모니터용, 노트북용, 모바일폰용, 태블릿PC용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내려앉았다.
대표적 제품인 40∼42인치 HD TV용은 7월 후반기 237달러에서 8월 후반기 219달러로 급락한 뒤 9월 전반기 다시 215달러로 떨어져 제품이 나온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지난해 1월 후반기(345달러)와 비교하면 130달러(37.6%)나 급락했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22달러나 떨어지며 200달러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같은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TV용 패널도 8월 후반기 294달러로 300달러 선이 깨진 데 이어 9월 전반기 287달러로 2% 더 하락했다. 지난해 초(500달러)보다 213달러(42.6%)나 가격이 빠져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46인치 TV용 패널은 지난해 초 447달러에서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고 떨어지기만 해 지난달 말 299달러로 300달러 벽이 무너졌고 이달 초 296달러로 더 내려갔다.
하락폭이 크지 않던 PC 모니터용도 20인치용이 지난달 말 64달러에서 이달 초 62달러로 하락했고 또 노트북용도 최고 5% 떨어졌다. 모바일폰용도 2인치용이 5월 말 5.05달러에서 이달 초 4.97달러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도 반등 어렵다
문제는 LCD 패널 값 회복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TV용 LCD 패널은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LCD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9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2분기에 LG디스플레이는 28.9%, 삼성전자는 24.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더블딥 우려에 이어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TV 수요가 잔뜩 위축된 상황이다. 북미·서유럽 시장의 TV 판매 부진과 공급 과잉이 겹쳐 앞으로도 당분간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계절적 수요가 3분기 말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TV 브랜드가 재고 관리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업계의 가동률은 80%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감산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패널 값 하락이 이어지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감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중국에 짓기로 했던 8세대 패널공장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내년 설비투자액도 3조원 정도로 올해 계획 5조원보다 40%가량 줄일 계획이다.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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