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는 지금] 지구촌 뒤흔드는 청년 시위

관련이슈 세계는 지금

입력 : 2011-08-15 16:49:39 수정 : 2011-08-15 16:49: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복지 줄고 물가폭등·실업률 상승에 성난 청년들 거리로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와 폭동이 벌어지고 있다. 긴축재정 반대, 실업률 해소, 계층간 불평등 개선 등 추구하는 목표는 조금씩 다르지만, 민생고를 바탕으로 하며 경제의 불확실성 공포 속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영국 폭력사태의 경우 경제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가 모두 녹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상처만 남긴 영국 폭동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토트넘에서 더건이라는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이것이 엄청난 폭동으로 확산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그의 친구와 친척들이 경찰의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확산되면서 영국 사회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

폭동은 영국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됐다.

우선 블랙베리 메신저를 통해 특정 지역에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모인 뒤 주변 상점의 유리를 깨고 침입해 물건을 약탈하거나 방화했다. 인근의 상점에 다시 모여 같은 행동을 반복했으며,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다.

일주일 넘게 일어난 폭동 과정에서 상점들이 피해를 보았고 무고한 시민 5명이 숨졌다. 영국보험인협회는 이번 폭동으로 인한 피해액이 2억파운드(약 350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폭동 참가자 중 절도 혐의 등으로 체포된 사람만 2000여명으로, 실제 단순 가담자는 훨씬 많다. 체포된 사람은 대부분 10∼20대 저소득층 청소년이었지만 그중에는 2012 런던올림픽 청소년 홍보대사, 초등학교 교사, 백만장자의 딸, 안전요원 등도 포함돼 영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폭동의 원인을 놓고 계속 논란이 이는 것은 이번 사태가 일치된 정치적 구호나 특정한 공격 대상도 없이 순식간에 번졌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폭동이 처음 일어났다는 점에서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른 복지와 재정 삭감, 실업률 증가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던 사회적 병폐 현상도 거론된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폭동에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저소득층) 사회적 배제 ▲가정에서의 아버지 부재 ▲인종 갈등 ▲소비자 중심주의와 기회주의 등을 지적했다.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 주변 국가에서는 “남의 일 아니다”며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시당국은 12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주말 야간통행금지를 전격 실시했다. 이어 필라델피아 경찰은 이날 밤 청소년들과 20대가 주로 찾는 시내 중심가를 중심으로 일제 검문검색을 했다. 경찰은 이날 밤 스트립바, 식당, 상점 등에서 야간통행금지 조치를 위반한 청소년 50여명을 체포했다. 필라델피아는 특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이벤트인 ‘플래시몹’ 참가자들의 폭력행위를 막기 위해 청소년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전화 플래시몹’ 공격을 선동한 혐의로 래퍼 ‘더 게임(The Game)’의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래퍼는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콤프턴 카운티 보안관실의 전화번호를 올리고 58만명의 팔로어들에게 이 번호로 전화를 걸라고 요구했다. 벨기에 프랑스어권 지역 자유당 소속인 알랭 데스텍스 의원은 벨기에 역시 영국처럼 청년실업률이 높고 이민자 유입에 따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대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영국 폭동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청년의 분노와 좌절

영국뿐만 아니라 현재 유럽과 남미 등 지구촌 곳곳에서 청년층이 주축이 된 시위와 폭동이 벌어지고 있다.

고물가에 항의하는 이스라엘 시민의 시위가 13일 이스라엘 전역의 15개 중소도시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스라엘 유력 사회단체 지도자들이 높은 물가와 생활수준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시위대 측과 언론은 최소 7만명이 이날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집값과 물가 상승에 반발해 이달 초부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2월 4%대를 넘어선 이후 5개월 연속 4%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난 5월부터 청년실업 해소를 요구하고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며 마드리드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1%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으며, 청년실업률은 두 배가 넘는다. 스페인의 시위는 그리스,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슷한 시위를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칠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5월부터 4개월째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9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10만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는 등 최근 과격한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칠레 학생들과 교육계 종사자들은 독재시절인 피노체트 정권(1973∼1990년) 때 만들어진 공교육 시스템이 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는 쪽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장기 무정부 상태에 있는 벨기에에서는 지난 1월 연정 구성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 언어와 민족이 다른 플랑드르계(네덜란드어)와 왈롱계(프랑스어)가 연정을 구성함으로써 반목을 풀고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 것이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
  • 박은빈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