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 발명으로 화력 더 막강…원거리 포격에 기병 사라져 ‘전쟁의 신’은 포병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전쟁터에서 화포(火砲)의 위력이 크다는 의미다. 근세 유럽 육상전의 중심축은 항상 화포가 담당했다. 어느 정도의 화포를 보유하느냐가 군대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현대전에서도 이 같은 전통은 이어져 왔다. 걸프전만 하더라도 미군 화력의 대부분은 공군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포병이 담당했고 이라크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는 전쟁에서 전사자 대부분이 포격으로 희생된다는 통계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화포란 화약을 사용하는 구경 20㎜ 이상의 대구경 병기로, 크기 및 중량 때문에 한 사람이 취급할 수 없는 화기를 말한다. 현재 서방 국가들은 105㎜, 155㎜ 등의 야포가 표준형이며, 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들은 122㎜, 152㎜ 등이 표준 구경이다. 우리나라와 서방 국가들은 155㎜ 화포를 주력포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포는 조준이 아닌 탄착점 계산을 통해 사격한다. 임무는 적의 종심 공격, 대 포병 사격, 전투차량 제압, 보병부대 지원 등이다.
화포는 탄두를 발사하는 포신과 지지·운반을 위한 포가로 구성돼 있다. 탄두 비행의 특성에 따라 평사포와 곡사포로 나누어진다. 기동 형태에 따라 견인포, 자주포로, 용도에 따라서는 박격포, 대공포, 전차포, 해안포, 야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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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차르 청동대포. 1586년 제작된 이 화포는 구경 890㎜에 길이 5.34m, 무게가 자그만치 40t에 달한다. |
19세기에 들어서는 화포의 정밀도나 사정(射程)이 개선됐고 그 결과 성곽이 무력화됐다. 크리미아 전쟁(1853∼1856년) 이후에는 당시 군대 편성 조직인 보병, 기병, 포병에서 보병과 포병만이 필수 조직으로 남게 됐다. 기병대가 포병의 원거리 포격에 밀려 자취를 감춘 것이다.
특히 당시 유럽에 불어닥친 산업혁명은 기존 청동제 화포를 밀어내고 철제 화포의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이는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술적 성과로 신관 발명을 꼽을 수 있다. 이때부터 포탄들에는 충격신관과 시한신관이 장입돼 보다 강력한 화력을 지니게 된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화포는 보병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체계로 각인됐다.
화포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무기체계로 자리 잡자 화력, 기동, 사거리, 발사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적 진보가 이어졌고 포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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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개발한 열차포 ‘레오폴드’. 구경 283㎜, 포신 길이 21.6m, 중량 218t에 달하는 대형 화포다. |
오늘날 화포는 급속히 발전하는 전자, 통신, 신재료, 레이저, 광학,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의 첨단기술이 자주포 분야에 적용되면서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빠른 진지 간 이동과 장거리 속사가 가능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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