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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포용서 적극적 통합으로… 유럽, ‘새로운 공존’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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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20 02:24:23 수정 : 2011-07-20 02: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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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정상들 ‘다문화주의 종언’ 선언 노선변화 예고
테러·일자리·공공재정 등 이민 2세대 문제 ‘갈등의 핵’
유럽인·이주민 ‘문명의 충돌 vs 평화적 공존’ 갈림길에
자신과 다른 생각을 용인한다는 뜻의 ‘톨레랑스’라는 말을 탄생시킨 유럽은 현재 톨레랑스 정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들어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이 잇달아 ‘다문화주의의 종언’을 선언하며 이민정책의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제 다문화·다민족 시대를 넘어서 새로운 공존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민 인구 증가와 부작용

유럽 국가들의 이주민 역사는 19세기 식민시절부터 시작돼 유럽연합(EU)으로 단일화된 이후엔 더욱 가속화됐다. 구 소련 국가를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 국가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됐다.

유엔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에서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독일 10.8%, 프랑스 6.7%, 영국 6.5%, 스페인 6.4%이다. 특히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외국인에게 문이 활짝 열린 유럽 주요 대도시의 외국인 비율은 30% 전후로 높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이주민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난해 영국에서 태어난 8명 중 1명 꼴로 이주민의 후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전체 인구의 11%를 넘는 것이며 최근 20년 새 두 배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막 이주민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라면, 유럽은 이주민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된 이후의 일을 걱정하는 단계다. 이주민은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해 주고 사회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질적인 민족과 사회집단 간의 문화적 차이가 자연스럽게 섞여들어 갔지만 일각에서는 갈등이 오히려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교육과 취업 기회의 장벽으로 인한 이민 2세대 문제는 사회 갈등의 핵이 되고 있다. 2005년 영국 런던 도심에서 52명의 목숨을 앗아간 7·7 테러사건이 소외되고 차별받은 이주민 2세들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영국 사회는 이주민들의 정착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스웨덴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 사건 용의자도 영국에서 태어나서 고등교육을 받은 이민 2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사람의 상당수도 현재 자국의 이민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주민이 자국 인력과 일자리 경쟁을 하고 공공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한때 무제한이었던 이주민 유입을 몇 해 전부터 제한하는 추세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이민자 수를 규제하면서 유입 규모를 서서히 줄여나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도 2008년부터 비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제한하고 있다. 또 자국어 기본시험 통과자에게만 영주권을 주는 등 선택적 이민자 수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의 이주민이 급증한 남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는 합법적 체류 서류가 없는 외국인에게 6개월 이하의 징역과 1만 유로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부터 실직한 이주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새 국면에 접어든 유럽 다문화주의

최근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이주민 정책 노선 변화를 시사했다. 이주민들이 이주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그들만의 문화를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사회의 가치를 따르라는 것이다. 소극적인 포용에서 적극적인 통합·동화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은 ‘다문화주의의 종언’을 선언하며 그 이후를 모색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방송 인터뷰에서 “프랑스인들은 그동안 이주민의 정체성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정작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영국의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문화의 개념을 채택해 서로 행복하게 살자는 경향이 우리를 지배해 왔지만 이 개념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다문화주의는 다양한 이주민들이 어울려 살기 위해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사회의 핵심가치로 볼 수 있다.

‘다문화주의 실패’ 발언은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유럽에서는 이주민을 받아들이며 그들의 문화를 인정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외국인, 특히 무슬림들이 주류문화와 동떨어지며 극단주의에 쉽게 빠져들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제 유럽인과 이주민 사이의 ‘문명의 충돌’이냐 ‘평화적 공존’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 저기서 터져나오는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 최대 과제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언어 등의 문화적인 통합을 이주민 정책의 핵심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모든 이주자의 영어 사용 의무화를 위해 학교에서 영국 문화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도 “이주민들은 독일어를 배우는 등 사회 통합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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