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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나라 ‘좌클릭’과 오바마 ‘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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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17 20:57:42 수정 : 2011-07-17 20: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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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채 줄이려 실용주의 채택

이 시대 최고 화두는 ‘경제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좌클릭’ 공약을 쏟아냈다. 그는 추가 감세 철회, 무상급식 수용,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실시 등 진보 정당의 단골 메뉴를 선보였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MB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이나 정당이 교조주의에 빠지기보다는 역사와 민심의 흐름을 타고 변신을 꾀하는 것은 일단 나무랄 일이 아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요즘 변신을 하느라 몸부림치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는 주요 대선 주자 중 가장 왼쪽에 서 있었던 진보주의자였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 다시 나서는 오바마는 최근 ‘우클릭’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오바마는 정부부채 상한 연장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의 울타리를 뛰쳐나갔다. 그는 65세 이상 노인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어의 수혜자 폭을 크게 줄이겠다고 했다. 또 미국 복지제도의 핵심 토대인 사회보장연금 지급을 위한 지출을 삭감할 생각이다. 오바마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 서비스 성격의 재량 지출 예산을 1조2000억 달러가량 줄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모든 공약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정책이다.

국기연 워싱턴특파원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 부채 문제가 미국 경제성장을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렇게 경제를 살려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하려는 것이다. 오바마의 의도가 분명하다 보니 공화당이 여기에 장단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정부부채 상한 조정 협상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쪽은 공화당과 공화당 지도부이다. 오바마는 어찌 보면 덩사오핑의 ‘흑묘백묘론’ 신봉자처럼 보인다. 덩사오핑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고양이 빛깔이 어떻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실용주의 경제 정책을 제시했다.

현대 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인 중도주의 물결도 이런 실용주의의 다른 얼굴이 아닐 수 없다. 주요국 정당들이 진보 세력을 기반으로 집권하면 우클릭을 한다. 반대로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정권을 잡으면 좌클릭을 한다. 아예 후보 시절부터 좌파 또는 우파보다는 중도 좌파 또는 중도 우파 노선을 표방하는 게 요즘 대세이다.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인 그는 집권 후 노동당 좌파와 결별하고 우파 정당과 정책연합을 했다. 룰라는 그 결과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브라질의 중산층도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과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이후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다. 성공의 근거는 재임 중 경제 성적표이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레이건 재임 8년 동안 미국인 가정의 실질소득은 매년 평균 1.4%씩 늘어나 11.2%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재임한 클린턴 시절에는 매년 2.3%씩 늘어 17.1%의 신장률을 올렸다. 레이건의 트로이카 정책은 규제 철폐, 감세, 자유무역이다. 클린턴의 경제정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클린턴이 세금을 약간 올렸지만 농업·통신·금융 분야 규제 철폐와 북미 자유무역협정 (NAFTA) 체결, 세계무역기구(WTO) 창설 등 자유무역 정책을 동원했다.

한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평가받고 있는 핵심 이유 중의 하나도 경제 성적표이다. 박근혜 전대표 등 차기 대권주자들이 국내외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롤 모델은 분명해 보인다. 좌클릭을 했든 우클릭을 했든 경제 성적이 좋은 대통령이다. 유권자도 무엇보다 먼저 누가 최적의 경제 대통령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 세계사적인 전환기를 맞은 이 시대의 최고 화두는 역시 경제이다.

국기연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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