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위기·버냉키 양적완화 언급
국제금값도 온스당 1585弗 최고치

국내 금값이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자고 나면 치솟는 형국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수요가 가장 믿을 만한 ‘금’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인플레이션(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 우려가 높아질수록 금값이 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15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소매가격은 살 때 기준으로 3.75g(1돈)에 21만7200원을 기록해 국내 값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금으로 된 3.75g짜리 반지나 목걸이 등 세공품을 살 때의 체감가는 25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매매 기준가에 부가가치세(10%)와 통상 세공품에 추가되는 1만원 이상의 세공비를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값은 2일 20만9000원까지 떨어졌으나 5일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해 14일에는 지난달 18일 세운 기록인 21만6700원을 넘었다.
금 소매가격은 2008년 8월16일에 살 때를 기준으로 3.75g당 10만9670원까지 폭락했지만 이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전반적인 상승곡선을 그렸고, 작년 6월9일 20만원을 돌파했다.
국내 금값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국제가격 상승세가 거센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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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5일 서울 시내 한 귀금속판매점에서 직원이 10돈짜리 금 골프 공과 1돈짜리 금 돌반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금 1돈의 시세는 24만2000원에 달했다. 연합뉴스 |
금값 강세의 근원지는 유럽발 재정위기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포르투갈·아일랜드 신용등급이 잇따라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졌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추가적인 양적 완화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 투자로 선회한 것도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른 자산에 비해 고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금거래소 최은규 부사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금값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면서 “아일랜드의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는 등 유럽발 경제난으로 인플레이션이 촉진돼 장기투자자들이 금으로 돌아선 것도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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