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정유사들은 주유소가 가격을 올린 것을 싸잡아 욕하지 말라는 반응을 내놓았고,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비싸게 기름을 공급하고 공급가를 낮춰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에 앞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소비자시민모임의 기름값 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최근 국제 휘발유가와 환율을 고려했을 때 현재 기름값이 적정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며 유례 없이 ℓ당 100원 할인을 하고, 이후 가격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인데 또다시 압박을 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달 말 회사의 2분기 실적을 보면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싱가포르 국제 가격에 맞춰 주유소 공급가격을 투명하게 결정하고 매주 금요일 국민에게 공개하는데 무슨 수로 폭리를 취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정부의 셈법에서 주유소와 정유사의 마진을 같이 묶어 가격을 논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다른 관계자는 "보도 내용을 보면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을 함께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유소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는데 정유사를 왜 싸잡아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유사는 소매 가격에 관여하지 않고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만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의 문제점을 논할 때에는 주유소와 정유사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자유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매주 공급가격을 공개하는 정유사들이 어떻게 과도한 이익을 남길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가격 발표 내용을 일단 분석해 보고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유사가 공개한 공급가격과 주유소들이 실제로 받은 가격에 너무 큰 차이가 나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경우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공개된 공급가격과 주유소가 실제로 지불한 가격이 ℓ당 70원까지 차이가 나고,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30∼40원 가량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달 첫째주 소매가가 상승한 것은 정유사가 현물 대리점에 내놓는 덤핑유가 사라졌고 GS칼텍스의 정유공장 가동중단 이후 공급이 부족해졌을 때 공급가격이 다소 오른 것"이라며 "유사석유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유사석유 유통이 줄어드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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