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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 모실길 상정봉에서 내려다본 우전해수욕장의 ‘한반도 해송숲’. 우전해수욕장은 맑은 바닷물과 넓고 깨끗한 백사장, 울창한 곰솔숲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매년 7월 29일부터 3일간 열리는 증도 갯벌축제에서는 해수욕과 함께 갯벌·천일염 체험과 대형 머드풀, ‘뻘배 달리기’ 등을 즐길 수 있다. |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 찬란한 햇살이 어우러진 작은 섬. 전남 신안의 증도는 촌스럽다. 도로를 포장하고 페인트칠이 덕지덕지한 여느 섬과는 다른 얼굴이다. 속도와 편리함, 효율성에 목을 맨 현대인들에게 느린 속도로 다가오는 증도는 문명이 비켜간 곳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정겹다. 지친 몸과 상처받는 마음을 다스리는 여름 휴가지로 이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앞만 보고 달려 온 도시인들에게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는 깊은 위안을 안겨준다.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는 이제 더 이상 녹슨 철부선이 오가는 섬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사옥도를 연결하는 증도대교가 개통됐다. 그 전에는 하루에 90여 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이 있었다. 슬로시티에는 왕복선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연륙교로 더 많은 사람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또 다른 위안이다.
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4.6k㎡(140만평) 규모의 광활한 염전에서 연간 1만6000t의 천일염이 생산된다. 태평염전에 늘어선 소금창고는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60년 전에 세워진 7채의 목재창고는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새까맣게 빛이 바랬다. 우리의 과거를 투영한 TV문학관 소재로 등장하곤 했던 고즈넉한 풍경은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바닷물을 소금밭으로 퍼올리는 수차는 염부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아로새긴 채 지금은 슬로시티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태평염전 입구 왼쪽에는 소금박물관이 있다. 이 건물은 염전을 조성할 때 발파현장에서 나온 돌로 지은 소금창고. 1980년대 후반 목조 창고들이 생겨나면서 자재 창고로 쓰이다 2007년 새롭게 단장했다. 이곳에선 소금의 역사, 전통 생산방식 등 소금에 관한 것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이 소금박물관은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제 제361호)이다.
염전 안에는 염전체험장과 염생식물원도 있다. 염전체험장에선 3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하루 두 차례 소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다. 찜질방같이 꾸며진 소금동굴 힐링센터도 여행객들의 귀중한 체험 현장이다.
태평염전 샛길을 따라가면 길이 4km, 폭 100m의 은빛 모래사장이 펼쳐진 우전해수욕장이 있다. 모래가 밀가루처럼 무척이나 곱고 부드러워 밟는 맛이 있다. 바닷가 해수욕장 특유의 끈적거림 대신 폭신폭신한 감촉이 기분 좋게 한다. 보기 드문 짚 파라솔과 선베드가 줄지어 선 모습은 마치 남태평양 유명 휴양지를 연상시킨다.저녁 무렵 모래사장에는 작은 구멍들의 행렬이 드러난다. 엄지손가락만 한 게들이 저마다 구멍을 뚫어 드나들기를 반복한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더욱 넓어진 모래사장에는 조개며 소라 껍데기로 가득하다.
길게 이어지는 백사장 북쪽 끝에는 422만4000㎡(128만평)의 광활한 갯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해수욕과 머드마사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50년 전 거센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송림은 우연히도 한반도를 닮았다. 그래서 ‘한반도해송숲’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해송 숲 안에 조성된 ‘천년의 숲 삼림욕장’은 증도의 또 다른 명물이다. 숲 속 산책로는 10㎞에 이른다. 90ha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해송 숲에는 50∼60년생 소나무 10만여 그루가 들어서 있다. 우전해수욕장과 중동리 마을을 잇는 470m 길이의 ‘짱뚱어다리’는 광활한 갯벌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갯벌에 파일을 박고 상판에 나무 널판을 얹어서 만든 이 예쁜 다리는 다리 아래에서 짱뚱어가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갯벌 위로 굽이굽이 새겨진 물골을 따라 느리게 걷는 것이 이곳에서 누리는 호사 가운데 하나다. 다리 중간쯤에는 갯벌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돼 썰물 땐 갯벌체험도 가능하다. 물이 차오르면 바다 위로 가로지르는 낭만적인 다리로 변한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와 해넘이, 그리고 야경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증도는 1975년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이 발견되면서 ‘보물섬’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방축리 도덕도 앞바다에서 중국 송·원나라 때 도자기와 교역물품을 실은 배가 발견되면서 발굴작업이 이루어져 총 2만3000여 점의 유물이 세상에 나왔다. 검산 방축마을 해안 언덕에는 ‘송·원대 해저유물 발굴 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배 모양을 살려 만든 유물관도 있다. 방축리에 있는 배 카페 ‘700년 전의 약속’에선 보물선 발굴 해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곳 기암절벽을 따라 펼쳐진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증도(신안)=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여행정보
◆가는 길=수도권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해안고속도로 함평 분기점→무안·광주고속도로→북무안 나들목→24번 국도→지도→805번 지방도→증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천안 분기점→논산·천안고속도로→공주 분기점→당진·상주고속도로→서공주 분기점→공주·서천고속도로→동서천 분기점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합류하면 된다.
◆묵을 곳=증도 우전리에 엘도라도리조트(02-3288-6000)가 있다. 이 밖에도 펜션, 한옥민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고, 우전해수욕장 인근 솔숲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자세한 것은 증도닷컴(www.jeung-do.com)을 참고하면 된다.
◆먹을 것=여름철에는 병어가 증도의 별미로 통한다. 증도 입구라 할 수 있는 신안군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에서 병어를 구입하면 회로 떠주고, 야채와 초장 값을 내면 항구 파라솔에서 먹을 수 있다. 증도농협 옆 안성식당(061-271-7998)의 짱뚱어탕과 낙지볶음이 유명하다. 고향식당(061-271-7533)의 병어회와 병어찜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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