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시 10만세대 건설 사업 목표치를 2만~2만5000세대로 크게 축소했다. 북한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평양시 용성·서포·역포 지구에 3만5000세대, 올해 말까지 만경대지구 3만세대, 2012년 4월까지 만경대지구 3만5000세대 등 총 10만세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말 현재 실적은 중구역 예술인 아파트 2개동(23층) 200세대, 해방산구역 간부 아파트 7개동(9~14층) 300세대 등 500세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평양시 10만세대 건설 사업은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주도로 2009년 9월 시작됐다. 강성대국 진입 원년인 2012년 4월 완공해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북한이 평양시의 랜드마크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류경호텔 건설도 현재 ‘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4층, 지상 101층에 이르는 류경호텔은 1987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착공했으나 골조와 외부 벽체 건설만 완료하고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2008년 북한은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자본을 유치해 공사를 재개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외부 유리부착공사를 완료하고 내부 공사를 일부 진행 중이지만 공사비가 수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내년 완공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일부 층만 공사를 마무리해 영업을 개시하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일성 우상화 시설 정비사업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4월까지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진입로를 재포장하고 조경공사를 시행했다. 지난달부터는 높이 23m의 김일성 동상을 보수하고 있다. 또 체제 선전을 위해 김일성 동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만수대 사거리와 창전 사거리 지역을 만수대지구로 새로 지정했다. 만수대지구에는 특권층을 위한 초고층(77층) 아파트와 극장, 공원 등 편의·위락시설을 신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기존 건물·시설 철거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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