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방지 첫 공동작업… 美 “양국관계 중요한 진전” 과거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던 베트남과 미국이 베트남전 때 살포된 맹독성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동 작업에 나섰다.
최근 한국 내 일부 미군기지에도 미군이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베트남 사례가 주목을 끌 전망이다.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중부 항구도시 다낭에서 베트남 국방부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함께 ‘다이옥신 오염에 의한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베트남 국방부가 먼저 다낭공항 주변 지역에서 불발탄을 제거한 뒤 USAID가 베트남 측과 함께 기지 주변 지역의 토양 등에서 다이옥신 제거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낭의 다이옥신 제거 작업 면적은 71에이커(약 29만㎡)에 달한다. 미 대사관은 본격적인 다이옥신 제거 작업이 내년 초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 주재 고위 미 외교관은 “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진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낭공항은 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공군기지로 사용했던 곳으로, 미군은 고엽제 살포 전 이곳에 고엽제를 저장했다.
캐나다의 환경업체 해트필드 컨설턴트는 2009년 발표한 연구에서 다낭지역의 화학적 오염치가 국제 기준의 300∼400배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군은 1961∼71년 베트콩 게릴라가 숨어있는 울창한 밀림을 고사시키기 위해 고엽제 1200만갤런을 살포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후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으로 암 등에 걸린 베트남인들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고엽제가 건강상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보상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다 5년 전 미 대사관은 보상문제에 앞서 다이옥신 제거 작업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2007년 미 의회는 초기에 300만달러를 책정했으나 최근 이 예산은 3200만달러로 늘었다.
베트남적십자사는 300만명의 베트남인이 고엽제 노출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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