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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미국공인회계사·공인부정조사관 |
필자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의 첫 번째 단계는 ‘겸손’이라 생각한다. 겸손의 출발은 자기외의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 것이다. 서양의 합리주의가 뒤덮고 있는 사회에서 날카로운 논리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보다 때로는 상대적으로 무디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는 동양적 사고도 필요하다. 필자는 경영학에서의 서양과 동양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전통 미덕 가운데 하나인 ‘겸손’을 제시하고 싶다.
흔히 겸손은 무조건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진정한 겸손은 정말 스스로 자신있는 사람의 내면에서만 갖출 수 있는 인격이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참된 자의식을 소유한 사람에게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스승으로 삼아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겸허함을 가진 이의 삶이 겸손한 삶이다. 은은하게 발현되는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듯 보이지만 더욱 돋보이게 하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존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에 행복을 준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력하게 하고 상대방에게 이해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바로 겸손의 힘이다.
명심보감에서 굴기자능처중(屈起者 能處衆·몸을 낮추는 자만이 남을 다스릴 수 있다)이라 했다. 남에게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기에 앞서 먼저 몸을 낮추고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들어보라. 이런 겸손한 태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의견충돌로 빚어진 소모성 논쟁을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역동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나의 대답은 단호하게 ‘그렇다’이다.
김병현 미국공인회계사·공인부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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