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의 TV시리즈를 120분이라는 러닝타임으로 압축해낸 브라이언 드팔마의 기량에는 그저 감복할 수밖에 없다. 드팔마는 테크니션답게 촬영, 조명, 미술과 의상,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의 조화를 통해 당대 할리우드 시스템의 모든 것을 집약해 냈다. 복선을 넣는 방법, 그리고 절묘한 표정 변화나 표현 기술은 영화의 교과서라 할 만큼 완벽하게 세팅돼 있었다. 명배우들의 열연 또한 화제가 됐으며, 특히 로버트 드니로는 생머리카락을 뽑고 무려 20㎏이나 살을 찌우면서 알 카포네를 완벽하게 재연했다. 영화의 의상은 조르조 아르마니의 작업으로 이뤄졌다.
영화는 1930년대 금주법이 제정돼 있음에도 술의 밀거래를 비롯한 범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축적했던 시카고 암흑가의 보스 알 카포네의 악행을 폭로하기 위해 분발하는 신임 재무관 엘리엇 네스와 그의 수사팀 ‘언터처블’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활극이다. 평면적이고 알기 쉬운 권선징악의 스토리이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장면 연출을 통해 극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된다.
사운드트랙 전편에 흐르는 모든 곡들은 훌륭한 편이며, 또한 신마다 제대로 구분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잘 정리돼 있다. 영화의 순서와는 반대로 환희에 가득찬 영웅적인 ‘엔드 타이틀’이 첫 트랙으로 배치돼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메인 테마는 리듬을 강조하면서 몰입감을 줬는데, 이후 이런 템포와 구성은 ‘JFK’나 ‘언더시즈’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차용되면서 ‘액션 스코어’의 한 패턴이 된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화음악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곡들을 연주한 앨범에 수록되기도 했던 애잔한 ‘데스 테마’는 숀 코너리가 죽는 장면에서 흐른다. ‘시네마 천국’의 테마 일부가 겹치는데, 이는 다양한 이들로부터 기타와 피아노로도 연주됐다.
극 막바지 시카고 유니언 역의 총격전 내내 흐르는 ‘머신건 럴러바이’는 천진난만한 오르골 소리와 불길한 현악 스트링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 총격전이 진행되는 역의 계단에서 낙하하는 유모차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의 계단’ 신을 패러디한 이 장면은 원래 대규모 액션 신으로 기획됐으나 예산이 없어 급하게 ‘발명’된 것이라고 한다. 과연 탁월하다.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에 모리코네의 무게가 실로 적합하게 맞물려 있는 편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자, 그리고 그것을 처단하려는 사명감에 불타는 남자들 사이의 비장감은 사운드트랙 내내 이어진다. 니노 로타가 ‘대부’에서 했던 것처럼 결국 이탈리아 출신 마피아에 관한 얘기는 이탈리아 작곡가에 의해 그 분위기가 완성되는 법이었다. 대강 훑어 들으면 중후하고 위엄 있는 듯 보이지만 세세히 뜯어보면 이는 숨돌릴 틈조차 없이 긴박하고 차갑다. 마치 남성들의 세계처럼.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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