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를 보면 종종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턱시도를 빼 입은 남자 주인공의 팔짱을 끼고 오페라 공연장에 들어서는 장면이 나온다. 클래식 공연장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은 영화만 보고 위화감을 갖기 쉽다.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장에는 별도의 복장 규제가 없기에 영화 주인공처럼 갖춰 입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공연의 성격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것은 예술가와 다른 관객에 대한 기본 예의다. 클래식과 록 페스티벌, 연극·뮤지컬 등 공연 성격에 맞는 커플 룩을 제일모직과 함께 연출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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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에 갈 때는 남성은 깔끔한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여성은 원피스로 우아함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갤럭시 제공 |
외국에서는 남자는 정장, 여자는 드레스를 입도록 규정하는 클래식 공연장이 많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면 반드시 정장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갤럭시의 이현정 디자인실장은 “우리나라는 드레스 코드가 없지만 연미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선 연주자에 대한 예의나, 공연이 가진 클래식한 느낌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재킷 정도를 걸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남성은 평소에 입던 비즈니스 캐주얼을, 여성은 깔끔한 원피스에 재킷을 걸쳐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남성은 블랙이나 네이비 등 짙은 색의 정장에 화이트 와이셔츠를 입고 체크 무늬 보타이(나비 넥타이)를 매면 멋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보타이가 부담스럽다면 레드나 블루 등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컬러의 넥타이를 매거나 화이트 셔츠 대신 체크 패턴의 셔츠를 선택해보자.
여성은 우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원피스에 더워 보이지 않는 화이트나 블랙, 베이지 색상의 린넨(마) 재킷을 선택하되, 어깨에 숄처럼 살짝 걸치는 것이 코디 포인트다. 심플한 블랙 원피스에 진주 목걸이나 귀걸이는 영원한 클래식 아이템이다. 부피감이 있는 큰 가방은 다른 관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에 크기가 작은 숄더백이나 한 손에 쥘 수 있는 클러치백이 어울린다.
핫팬츠, 민소매 셔츠 등 노출이 심하거나 부피가 커서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는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철에는 모피나 두꺼운 코트를 공연장에 입고 들어가는 것은 삼가자.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두꺼운 옷이 소리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어 외국에서는 공연 전에 두꺼운 옷은 피해달라는 고지가 나오기도 한다”면서 “보다 좋은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모피나 두꺼운 외투는 벗고 들어오거나 안내데스크 등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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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페스티벌에는 블랙 컬러에 가죽, 데님 등의 소재를 활용하고 소품을 활용해 록시크 스타일을 연출해보자. 빈폴 제공 |
지산 록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 부산 록페스티벌 등 록 페스티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철 야외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은 자유를 만끽하는 축제인 만큼 평소보다 과감한 스타일을 시도해볼 만한 좋은 기회다. 전체적으로 블랙 컬러로 통일하고 워커, 무거운 메탈 체인 장식, 스터드가 박힌 가죽 팔찌 등 록커들이 애용하는 아이템을 활용하면 멋진 ‘록시크(Rock chic)’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남성은 블랙 진에 블랙 티셔츠를 입고 물이 빠진 듯 워싱처리가 된 조끼로 포인트를 줘보자. 가죽 바지는 땀이 차기에 자제하는 게 좋다.
군화를 연상시키는 워커를 신거나 바지 뒷주머니에 메탈 체인을 걸어주면 좀 더 터프해 보인다. 블루와 레드가 섞인 과감한 체크 무늬 셔츠를 겹쳐 입어도 자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여성은 발랄함을 강조할 수 있도록 짧은 데님 반바지나 가죽 반바지, 점프수트(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옷)를 입고, 예기치 못한 비에 질척거리는 잔디밭에서도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고무 소재의 레인부츠를 신어보자.
밤낮 일교차와 소나기 등에 대비해 방수가 되는 가벼운 소재의 나일론 점퍼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팔목에는 여러 개의 가죽 팔찌를 겹쳐 매거나 스터드나 징이 박힌 팔찌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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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나 연극은 평소 즐겨 입는 편안한 캐주얼 복장을 하거나 커플룩을 연출해도 무난하다. 빈폴 제공 |
뮤지컬이나 연극 등의 공연은 데이트 코스로 가는 일이 많은 만큼 연인과의 커플룩을 시도해보자.
빈폴레이디스의 허은경 디자인실장은 “클래식한 아가일(Argyle·마름모꼴 무늬) 패턴을 활용하면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스타일의 커플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성은 옅은 베이지 색상의 면바지에 깔끔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셔츠를 입고 네이비와 스카이 블루 아가일 패턴의 베스트를 함께 입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 컨버스 슈즈나 굽이 낮은 로퍼를 매치하면 단정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인다.
여성은 시원해 보이는 스카이 블루 면 원피스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다. 원피스에는 가는 벨트로 허리를 강조하고 아이보리 바탕에 블루 아가일 패턴 볼레로로 남자친구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세련된 커플룩을 연출해보자.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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