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을 운영 중인 도쿄전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자로 1호기에 이어 2, 3호기도 대지진 발생 후 나흘 만에 멜트다운(노심용해)이 발생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도쿄전력이 2∼3호기의 멜트다운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전력의 마쓰모토 준이치(松本純一) 대변인은 “1호기처럼 핵연료봉 대부분이 녹아 원자로 압력용기 바닥에 쌓이는 멜트다운 상태가 됐다”면서 “하지만 압력용기 손상이 한정적이어서 녹아내린 연료가 대부분 압력용기 내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의 분석에 따르면 비상시에 원자로를 냉각하는 ‘원자로 격리시 냉각순환시스템(RCIC)’ 등이 쓰나미로 멈춰버려 압력용기 내부의 수위가 연료봉 하단까지 빠르게 내려갔다. 이에 따라 2호기에서는 3월 14일 오후 8시쯤, 3호기에선 13일 오전 9시쯤부터 각각 연료봉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현재 압력용기 내부의 수위 계측기가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어 첫째로 연료봉 손상 후 냉각수 주입이 시작돼 연료봉 상단에서 3m 정도 낮은 위치까지 수위가 회복됐을 경우, 둘째로 수위가 회복되지 않고 연료가 계속 노출됐을 경우 등 두 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첫째의 경우는 2, 3호기 연료봉 절반 정도가 압력용기 바닥으로 녹아내렸고 나머지 반은 원래 위치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둘째의 경우에는 연료봉 대부분이 녹아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마쓰모토 대변인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계측기로 잰 수위보다 실제 수위가 크게 낮았던 ) 1호기 압력용기 상황에 비춰보면 2, 3호기도 두 번째 상황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멜트다운이라고 인정했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한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녹아내린 연료봉이 압력용기를 뚫고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압력용기 안에 남아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마쓰모토 대변인은 “현재 압력용기의 온도 등으로 미뤄볼 때 용기 손상은 한정적”이라면서 “지금처럼 냉각작업을 계속하면 방사성물질의 대규모 방출 사태로 발전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1호기의 멜트다운 과정을 재분석한 결과, 대지진 후 약 4시간 만에 연료봉 손상이 시작돼 약 15시간에 거의 모든 연료봉이 녹았으며, 반나절 만에 수소가 800kg이나 발생하면서 수소폭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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