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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미래다] ‘에너지 사관학교’ 삼탄, 印尼 정글속에서 일군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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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5-25 00:25:03 수정 : 2011-05-25 0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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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늘 아래서 ‘자원개발 교과서’쓰여지다
자회사 ‘키데코’설립 광산 개발
밀림속에 도로 등 만든 난공사…동업자 떠나도 뚝심으로 버텨
한국의 초기 자원개발 사업에서 전진기지 역할을 한 동남아시아에는 성공모델이 적잖다.인도네시아에서는 ㈜삼탄의 자회사인 ‘키데코’(KIDECO)가 28년 전에 개발을 시작한 파시르 유연탄광이 ‘노다지’로 변했다. 특히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동남아 총괄법인이 속속 설립되면서 우리 정부와 포괄적 경제협력인 ‘발리 합의’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관심이 집중된다. 세계 4위의 인구대국(2억3000만명)이자 국내총생산(GDP) 7148억 달러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자원과 인프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파시르(PASIR) 유연탄 광산은 서울 면적의 84% 크기인 5만921ha로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다섯 번째다. 작년 말 기준 14억4200만t의 매장량에 한해 2900만t이 생산되는 이 거대 광산 개발의 주역은 바로 ‘키데코’라는 한국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60년대 삼척탄좌에서 무연탄 생산을 시작하며 에너지 관련 기술을 축적해온 ㈜삼탄이 1982년 ‘한국·인도네시아 자원개발주식회사’라는 뜻으로 만든 자회사다. 

◆한국 자원개발사의 교과서를 쓰다


자원개발의 현장이 대개 그렇듯 파시르 광산까지는 멀고 먼 여정이다.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1300㎞ 정도 떨어진 칼리만탄섬(옛 보르네오섬)까지 이동 후 다시 고속정을 타고 강을 건넌 뒤, 차량으로 3시간가량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삼탄이 28년 전 키데코를 설립해 개발을 시작할 당시 이곳은 적도 부근의 전형적인 밀림이었다고 한다.

이 파시르 광산은 키데코의 열정과 눈물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곳이다. 1980년대 이후 국내 무연탄 산업의 축소를 예상한 삼탄은 1982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대체 자원개발 사업을 발굴할 필요를 느끼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국내 5개 기업과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유연탄 광산개발에 뛰어든 것.

하지만 개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밀림 속에서 진행되는 공사라 도로와 항만 등을 일일이 건설해야 했기에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사업성을 가늠하는 유연탄 국제시세도 급락했다. 1982년 t당 60달러이던 유연탄 국제시세가 매년 떨어지더니 1988년에는 35달러까지 하락했다. 현지에서 만난 이창훈 삼탄 인도네시아 전략본부장(전무)은 “5개 기업 컨소시엄에서 시작된 키데코는 본격 생산 이전에 삼탄을 제외한 4개 기업이 포기하고 떠나갔다”면서 “유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흘린 땀방울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사업 착수 11년 만인 1993년 3월 첫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한국, 일본, 홍콩 등지의 발전소와 장기 계약 물량을 확보해 1993년 첫해에 400만t을 생산했다. 1995년에는 3년 만에 흑자를 실현했다. 1997년과 2000년에는 각각 2, 3단계 증설공사를 완공해 연간 950만t과 1900만t 규모로 생산량을 늘렸다. 작년 말 기준으로 연간 2900만t 생산을 달성했고, 지난해 5월에는 누적생산 2억t을 기록했다. 파시르광산에서 생산된 유연탄은 올해 480만t가량 한국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무는 “정글 속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광산에서 생산된 석탄을 항구까지 옮기기 위한 전용도로 등을 개척한 초기 멤버들의 열정과 눈물이 빚어낸 결실”이라며 “국내 자원개발 역사의 초기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해외자원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LG와 포스코, SK 등 대기업들이 삼탄 출신 임직원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은 당시의 열정과 노하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탄은 해외자원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에너지사관학교’로 불린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1300㎞ 정도 떨어진 칼리만탄섬에 위치한 키데코의 파시르 유연탄 광산 현장. 새까만 빛깔을 띤 석탄을 채굴하고 운반하는 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키데코 제공
◆삼탄, 글로벌 자원기업을 꿈꾸다


삼탄은 파시르 광산의 성공을 발판으로 ‘초우량 글로벌 자원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키데코의 연관수익 극대화와 신규탄광 확보 등을 통해 자원부문의 위상은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위한 연계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글로벌 역량도 키운다는 복안이다.

삼탄의 전신은 1962년 설립한 강원도 정암광업소에서 무연탄을 생산하는 삼척탄좌개발이다. 삼척탄좌는 1975년 연간 생산량 100만t을 돌파하는 등 국내 석탄산업에서 쾌속질주를 기록했지만 그 시점에 해외자원개발로 눈길을 돌려 지금의 성공을 일궜다. 지금 시점에서 삼탄이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다.

삼탄은 자원개발과 연계한 신사업으로 LPG 생산·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 삼탄은 지난해 7월 국내기업 E1과 현지 국영기업 페르타미나 가스(Pertamina Gas)가 합작한 PT. E1-Pertagas의 지분 34%를 인수했다. 이는 E1의 보유지분 전량이다. 삼탄은 향후 합작 파트너와 함께 총 1억9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최대 24만t LPG와 73만 배럴의 콘덴세이트를 생산하는 정제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앞으로 2년간 1억9000만 달러를 들여 플랜트를 건설한 뒤 인도네시아 남부 수마트라 팔렘방 지역에서 채굴되는 천연가스를 이용, 2013년부터 연간 최대 24만t의 LPG를 생산·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삼탄은 또 미개발 자원부국으로 평가받는 몽골 진출을 위해 2007년 6월 현지법인 ‘삼탄 모레스 LLC’를 설립했다. 현재 몽골에서 유망지역의 광업권을 취득, 탐사를 벌이고 있다.

자카르타=이천종 기자

◆파시르 유연탄광 개발 일지

▲1980년 10월=유연탄 부존 확인
▲1982년 5월=한·인니 자원개발 주식회사 설립
▲1982∼1989년=정밀탐사 및 타당성 검토
▲1993년 3월=연간 생산 400만t 규모 상업생산 개시
▲2006년 4월=4단계 증설 완공(연간 생산 2200만t 규모)
▲2009년 3월=5단계 증설 완공(연간 생산 3000만t 규모)
▲2009년 12월=연간 생산 2490만t 달성
▲2010년 12월=연간 생산 2900만t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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