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베트남’ 씌여있어
정부, 美에 공동조사 요청
“아직도 그곳에 있을 겁니다. 어디로 보내진 않았을 테니 말이죠.” 33년 전인 1978년 경북 칠곡에 있는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250드럼(약 5만2000ℓ) 매장했다는 당시 미군의 증언이 나왔다. 이 기지는 낙동강에서 불과 2.2㎞ 정도 떨어져 있어 매장이 확인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부가 19일 미군 측에 사실 확인을 촉구했고, 주한 미8군 사령부는 “필요하다면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는 “기지 내부에 땅을 파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파묻은 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우스의 증언에 따르면 55갤런짜리 드럼통에는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씌어 있었는데 이는 베트남에서 고엽제로 사용된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방송은 전했다. 그는 “사실상 우리 쓰레기를 그들의 뒷마당에 버린 셈”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 작업에 참여했던 로버트 트레비스도 “창고에 약 250드럼이 있었는데 ‘화학물질 에이전트 오렌지, 1967년 베트남 공화국’이라고 씌어 있었다”며 “새어나온 물질에 노출된 직후 온몸에 붉은 발진이 생겼고 목, 손목, 발에 고질적인 관절염이 생겼다”고 말했다. 같이 작업했던 리처드 크레이머도 “발의 감각이 마비됐고 그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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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미국 언론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캠프 캐럴 전경. 칠곡=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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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직후 모습 익명의 주한미군이 1978년 고엽제를 묻은 직후 촬영한 것이라며 SBS에 공개한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제보자는 빨갛게 표시된 부분에 드럼통과 트레일러를 함께 묻었다고 증언했다. 길게 패인 땅의 가운데에 무엇인가 묻혀있는 모습이 보인다. SBS TV화면 |
캠프 캐럴 관계자는 그러나 “고엽제를 묻었다는 얘기는 처음 접하며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주한 미8군 공보관 제프 부치카우스키 중령은 이날 “관련 증언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록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환경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칠곡군 주민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캠프 캐럴은 2003, 2004년 외부로 연결된 작은 하천을 통해 기름을 많이 유출했다는 의혹을, 2000년에는 석면 오염이 심각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안두원·우상규 기자, 칠곡=장영태 기자
에이전트 오렌지=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정글에서 나뭇잎 성장을 억제해 적 근거지를 없애는 데 사용했던 맹독성 제초제. 용기를 오렌지색 띠로 둘러싼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주한 美기지 캠프 캐럴은
주한미군 군수지원단이 주축인 캠프 캐럴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 3.2㎢ 규모로 조성됐다. 캐럴이란 이름은 한국전쟁 때 큰 공을 세운 미군 제5연대 소속 찰스 캐럴(Charls F. Carroll)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부대 인원은 2008년 말 기준으로 약 3850명이다. 미군 외에도 미국 민간인, 한국인 직원, 카투사(KATUSA) 등이 근무 중이다. 주둔 부대는 주한미군 군수지원단, 57헌병 중대, 2정비 중대, 파견 의무대 등이 있다.
주한미군 군수지원단이 주축인 캠프 캐럴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 3.2㎢ 규모로 조성됐다. 캐럴이란 이름은 한국전쟁 때 큰 공을 세운 미군 제5연대 소속 찰스 캐럴(Charls F. Carroll)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부대 인원은 2008년 말 기준으로 약 3850명이다. 미군 외에도 미국 민간인, 한국인 직원, 카투사(KATUSA) 등이 근무 중이다. 주둔 부대는 주한미군 군수지원단, 57헌병 중대, 2정비 중대, 파견 의무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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