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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응백의 테마낚시]〈15〉 임연수어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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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5-19 17:16:35 수정 : 2011-05-19 17: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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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재미는 임연수어보다 참가자미가 윗길
술자리 같은 데서 낚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낚시에 솔깃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봄 도다리가 쫄깃쫄깃하고, 재방어는 수박향이 나고, 고등어회는 잡는 즉시 먹어야 한다는 등의 소위 낚시꾼의 경험담을 풀어놓으면, 다음에 갈 때 꼭 데려가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초보자를 데리고 가면 성가시고 번거롭다. 장비도 마련해 주어야 하거니와 채비도 챙겨 주어야 하고 심지어 미끼까지 끼워 주어야 한다.

참가자미 회국수에 빠지다.
낚시란 게 겉보기에는 한가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단히 바쁘다. 고기가 잘 잡힐 때야 미끼 갈고 던지고 감고 내리고 올리고 하기 때문에 바쁘겠지만, 안 잡힐 때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안 잡히는 이유를 분석하여 채비를 다르게 해본다거나 미끼를 달리 쓴다거나 해서 육체적으로도 분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갖가지 고기 잡을 방법을 짜내느라 머리는 속에서 팽팽 돌아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옆에 초보까지 있으면 여러 가지로 방해를 받아 그날 낚시는 반은 접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때가 많다.

어렵게 함께 모시고 간 초보자는 대개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몇 번 해보다 안 잡히면 ‘에이 재미없네’ 하고 포기하면서 먹거나 잠자거나 하는 사람. 이 사람들은 이 한 번이 낚시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낚시란 고기를 잡는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못 잡을 것을 생각지도 않다가 조금 해보고 안 잡히면 바로 체념해 버리는 것이다. 반면 초보이지만 잡히지 않더라도 잡힐 때까지 인내심 있게 낚시에 몰두하는 사람은 낚시꾼으로 발전할 소지가 많다. 인생의 다른 모든 면이 그렇듯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낚시의 본질이며, 그 단계를 지나야 비로소 낚시꾼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고기가 안 낚여도 즐겁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런 낚시꾼은 없다.

공현진항이 바라보이는 곳도 수심이 100m가 넘는다.
인생의 신산함을 어느 정도 알 나이가 지났고, 낚시도 초보의 틀을 벗어나 약간은 전문성을 띤 4명의 낚시꾼이 토요일 아침 동해로 차를 몰았다. 사리를 막 벗어난 물때인 아홉 물이고 서해는 파도가 높아 동해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강동구에서 만나 춘천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들어서니 막 해가 뜬다. 기분 좋게 달려 속초에 도착한 것이 아침 8시 정도. 곰치국으로 유명한 옥미식당으로 가서 한 그릇씩 마신다. 곰치국은 ‘먹는다’라기보다는 ‘마신다’라고 해야 제격이다. 곰치의 육질이 흐물흐물해서 그렇다. 과거 곰치는 아주 싼 생선이었고, 곰치국도 동해안 지방의 토속음식이었는데 이제 유명세를 타서 곰치는 매우 값비싼 귀족 생선이 되어 버렸다. 2만원 하는 곰치국 한 그릇을 비우고 일행은 북쪽으로 달려 공현진항에 도착했다.

오늘의 어종? 원래는 조금 씨알이 굵어졌다는 참가자미가 목표였다. 물가자미처럼 다수확은 아니더라도 배 쪽에 노란색 테를 두르고 있는 참가자미는 마릿수로 잡히는 녀석이고 손맛은 크지 않아도 먹는 맛은 일품이다. 뼈회, 물회, 회무침, 구이 모두 환영받는 음식들이다. 그런데 삼해호 선장이 갑자기 목표를 바꾼다. 이면수가 붙었으니 이면수 낚시를 하게 열기 채비를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임연수어를 가장 먼저 올린 현대해상 윤용춘 상무.
이면수는 표준어로는 임연수어이고, 강원도 사투리로는 ‘새치’라고 한다. 실학자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 따르면 함경도에 살았던 임연수(林延壽)라는 사람이 이 고기를 잘 낚았다고 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임연수어(林延壽魚)라 적고, 한글로 ‘임연슈어’라고 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충청도에 이면수라는 부자가 살았는데, 이 사람이 이 생선을 워낙 좋아해 이 생선을 사먹다가 가산을 탕진해 그 생선 이름을 ‘이면수’라 했다고 한다. 국어학적으로 본다면 ‘임연수’에서 연음이 되면 ‘이면수’가 되기에 ‘임연수’와 ‘이면수’는 같은 어원일 공산이 크다.

‘임연수’인지 ‘이면수’인지는, 잡아서 물어보면 된다고 일행 중의 누군가가 말한다. 한 30분쯤 난바다로 배가 달린다. 너울파도가 상당해 뱃전에서 몸 가누기도 힘들다. 동해바다는 멀리서 보면 파도가 없는 것 같은데 실제 바다로 나가 보면 너울파도로 인해 낚시가 힘든 경우가 많다. 동풍이 부는 날은 특히 더 그런데 마침 동풍이 분다. 하지만 서해나 남해의 동풍은 낚시의 적이지만 동해는 꼭 그렇지 않다. 동풍이 불어도 조과가 그리 나쁘지 않을 때도 있다.

다섯거리를 한 오라클의 백성목 상무.
일행 중 제일 먼저 현대해상의 윤용춘 상무가 큼지막한 임연수어 한 마리를 올린다. 조금 있다가 최철식 상무가 중자 크기의 대구를 한 마리 올린다. 나에게는 입질도 없다. 배 뒤편에서 대형 대구도 한 마리 올라온다. 나에게는 입질이 왔다 하면 손바닥만 한 참가자미다. 먹는 재미로야 참가자미가 임연수어보다는 윗길이다. 임연수어는 살아 있을 때 바로 회를 치지 않으면 안 먹는 게 좋다고 선장이 귀띔한다. 회가 무르다는 이야기다. 구이나 조림 정도, 아니면 껍질로 쌈밥을 해먹으면 일품이라고는 한다.

무엇이든 잡자. 이런 생각으로 계속 낚시를 하는데, 바다 바닥이 모래에서 자갈 혹은 여로 접어드는 느낌이 봉돌을 통해 감지되는 순간 뭔가 강한 입질이 왔다. 본능적으로 낚싯대를 쳐든다. 그리고도 뭔가 강한 입질이 계속된다. 여러 마리가 달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늘을 다섯 개 달아 놓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 수심은 100m 정도. 경질의 우럭대가 심하게 요동을 친다. 결국 올라온 것은 1타 5피다. 열기 두 마리와 임연수어 3마리. 임연수어의 손맛은 노래미와 아주 유사했다. 하기야 임연수어는 분류학적으로 보면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이니 그럴 만도 하다. 대신 임연수어는 군집성이 강하고 한류를 좋아하는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릉 이북 지역에서 잘 잡힌다. 늦은 가을이나 초겨울에는 방파제에서도 곧잘 낚이는 어종이지만 이맘때가 되면 배낚시로 단체로 포획된다. 이어 오라클의 백성목 상무도 1타 5피를 날린다.

임연수어는 그만. 이제 횟감을 잡아야 하니 참가자미 포인트로 이동한다. 쏠쏠하게 참가자미를 잡고 오후 2시가 지나면서 입항을 서두른다. 사람 좋은 선장님은 참가자미 회를 썰어 비빔국수를 만들어준다. 꿀맛이다. 시장하지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낚시꾼들은 오늘의 낚시 경험을 바탕으로 임연수어 낚시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임연수어 배낚시는 다섯 바늘 서해안 침선채비로 미꾸라지 미끼를 쓰면 쿨러 채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학평론가  hbook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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