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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문제 판매 ‘족보 사이트’ 여전히 판친다

입력 : 2011-05-09 23:08:37 수정 : 2011-05-09 23: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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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위반… 연매출 100억 넘는 곳 등 10개사 성업
교육당국 대책없이 ‘뒷짐’만… 학부모·학생 원성 높아
서울 도봉구의 S중학교 3학년인 김모(15)군은 최근 중간고사를 준비하다 각 학교의 기출문제를 제공한다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같은 학교 선생님이 출제한 문제들을 숙지하면 시험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김군이 검색창에 자기 학교 이름을 넣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S중의 중간·기말고사 문제가 줄줄이 떴다. 그런데 공짜가 아니었다. 10개가 넘는 시험과목의 기출문제를 일일이 내려받자니 몇 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김군은 엄마에게 졸라 6개월짜리 정액 이용권(6만3000원)을 끊었다. 어머니 한모(46)씨는 “몇년 전 문제까지 내려받을 수 있고 기말고사 때도 이용하려고 정액권을 샀지만 비싸긴 하다”며 “가뜩이나 높은 생활비 탓에 죽겠는데, 애가 다니는 학교 기출시험문제도 돈 주고 사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A 사이트에서 1건당 450∼1000원에 판매되는 중간고사 기출문제.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업체를 중심으로 전국 중고교 시험문제를 무단으로 입수해 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3년 전 대법원까지 나서 엄연한 불법행위로 못박은 사안이지만, 교육당국이 수수방관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05년 기출문제 판매업체인 K사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3년 후인 2008년 “학교시험문제는 저작권 대상이며, 저작권자는 출제자의 기명이 있는 경우 출제교사에게, 기명이 없는 경우 학교 설립·운영 주체에게 있다”며 교총의 손을 들어줬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기출문제 저작권은 각각 시도교육감과 학교법인이 갖게 된 것. 그러나 K사를 비롯한 기출문제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아무런 저지 없이 ‘두둑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관련 사이트만 10개에 달하고, 이 중 선두주자인 A 사이트는 연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사이트는 ‘작년에 출제된 학교 시험지 최다 보유’(기출문제 45만건)라고 선전하며, 한 과목당 다운로드 요금으로 스캔본 450원, PDF 파일(정답포함) 700원, 한글파일( 〃) 1000원을 각각 받고 있다. 무제한 이용권도 ‘46일짜리 3만4000원’부터 ‘12개월짜리 10만4000원’까지 다양하다. B 사이트의 경우 과목당 기출문제 값은 500원이고, 정액권은 ‘1개월 5만원’부터 ‘12개월 20만원’까지 받고 있다.

A 사이트 측은 “교육청 등이 저작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불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작권료를 내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청 등 저작권자들의 무신경 탓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4월 기출문제 매매 대책과 관련해 ‘영리행위 금지’나 ‘저작료 지불시 허용’, ‘국가에 저작권 양도 및 관리 위임’ 중 하나를 정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해 말 대책을 내놓겠다더니, 오히려 기출문제 저작권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가 올 초 조직개편으로 사라졌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3년간의 법적 투쟁을 통해 기출문제에 대한 저작권을 얻어냈으면, 이제는 교육당국이 시험문제를 공공재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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