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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패륜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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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19 21:03:36 수정 : 2011-04-19 21: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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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인, 존속폭행, 존속유기 등 패륜범죄가 급증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사이에 50%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증가 일로다. 미국(2%), 프랑스(2.8%), 영국(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해에는 존속살인이 5.5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너무 쉽게 가족을 해친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한 갈등도 살인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충북 보은에선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 대학생이 조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해 9월엔 경기 성남에서 술을 먹지 말라고 꾸짖는 아버지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 잘못된 교육과 팽배한 개인주의,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병폐다.

법무부가 존속살인죄 폐지를 추진 중이다. 부모 등을 죽인 경우 가중 처벌하는 조항을 없애는 것이다.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위가 이런 형법 개정시안을 마련하자 법무부는 정부안을 만들어 올 하반기 국회에 내기로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찬반 논란이 뜨겁다.

형사법개정특위는 헌법상 평등권과 외국입법례를 고려했다고 말한다.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을 고려할 때 존속살해죄는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가족관계는 개인 대 개인의 평등관계로 봐야 하는데 존속범죄만 가중 처벌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라고 주장한다. 법과 도덕은 구별돼야 하며 도덕 가치 때문에 불평등한 법 조항을 둘 수 없다는 논리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존속상해치사는 인륜에 반하는 행위로 그 패륜성이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고 엄벌하는 것은 우리 윤리관에 비춰 합리적”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학계에서도 평등권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효를 중시해왔다. 건강한 가족관계와 사회질서를 이루는 바탕이었다. 사회가 서구화된다고 해서 유구한 우리의 전통과 도덕성이 붕괴한다면 큰 일이다. 존속살해 가중 처벌 규정은 분명 예방적, 교육적 측면을 담고 있다. 그러잖아도 패륜범죄가 늘어나는데 개정 형법이 이를 부추기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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