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부실한 식사 원인…젊은층 영양섭취 부족 늘어
최근 들어 부쩍 기운이 달리는 느낌을 받은 회사원 정모(31)씨는 지난 12일 찾은 동네 병원에서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안색이 심상찮다”면서 혈액 검사를 권한 의사는 ‘영양실조’라고 했다. 185㎝가 넘는 훤칠한 체격에다 대학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정씨는 “한동안 말을 못했다”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많이 거른 게 주 원인인 듯하다”고 말했다.

18일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인구 1인이 하루에 먹는 음식의 총량인 ‘총식품섭취량’은 1883㎉로, 2007년 1829㎉, 2008년 1876㎉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먹는 양이 늘면 건강해지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의외로 같은 기간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은 2007년 17.1%에서 2008년 13.8%로 떨어졌다 2009년 14.2%로 다시 늘었다. 2009년만 놓고 보면 19∼29세의 19.2%, 30∼49세의 11.9% 등 젊은층 상당수가 하루에 섭취해야 할 영양소 기준 미만을 섭취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결과는 음식의 섭취 총량과 영양소 총량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영양실조는 먹는 양과 상관없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모자란 것이 원인이다.
서울 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소장은 “고열량 음식을 섭취해도 비타민·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영양실조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예전처럼 못 먹어서가 아니고 안 먹어서다. 먹는 양보다는 항상 영양소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을 과신한 젊은층은 영양실조 증상인 체중감소나 피로, 무기력 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은 더더욱 그렇다.

강 소장은 “비만인데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과체중인 내 몸에 어떻게 영양실조냐’고 항의하기도 한다”면서 “영양실조는 체격이나 비만도와 무관해 건장한 남성도 걸리기 쉽다. 열량이나 음식량만으로 고민할 게 아니고 주요 영양소와 비타민, 무기질 모두를 고려한 식단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