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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은 왜 일어나는가?

입력 : 2011-04-15 23:26:00 수정 : 2011-04-15 2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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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위정훈 옮김/프로메테우스출판사/1만8000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미 20여 년 전에 이성적으로 예견하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던 한 사람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바로 일본 우익과 재벌에 항거하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인 히로세 다카시이다. 일본에서 ‘평화운동의 고전’으로 회자하는 그의 초기 문제작이 뒤늦게나마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가 그 책이다.

 원제가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인 이 책은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그 모든 현대 전쟁의 본질에 관해 탐구한 현재적 의미의 고발서이자, 일본에서 ‘1인 대안언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반핵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히로세 다카시의 평화사상의 초석이 된 작품이다.

 저자는 근현대사에 발발했던 전쟁의 본질에 대한 명쾌한 답을 군사학의 경전이라고까지 불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끈으로 삼아 전쟁이 왜 일어나며 이제껏 인간이 왜 전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지를 집요한 자료 조사를 근거로 맵핑한 47장의 분쟁사 연속지도를 이용해 그 특유의 사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논법으로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종국에 이르러, 클라우제비츠가 결코 말하지 않았던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미완의 대명제에 대한 응답을, 마치 포의 ‘도둑맞은 편지’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듯 의미심장한 반전과 함께 제시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벌이는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말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대응해 전쟁의 이유를 탐구한, 히로세 다카시의 평생 테마인 ‘평화론’의 출발점이다.

 책의 백미는 또 있다. 저자가 1만 꼭지가 넘는 신문 기사와 라디오·텔레비전 등의 보도자료, 그리고 수백 점에 이르는 책과 자료를 검토해 해마다 어떠한 전쟁이 일어났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지도로 작성한, 1945년 8월 15일 다음날부터 기록된 분쟁사 연속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전후로 칭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 세계가 얼마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을 계속해왔을 뿐만 아니라 그 발생 빈도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과밀화되고 있음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이 지도는 저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세계의 전쟁을 해독한 이 47년간의 분쟁사 연속지도는 곧 전 세계인의 학살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말대로 분쟁 지도에는 세계적 규모의 전쟁은 물론 국지적 분쟁 및 내전뿐만 아니라 쿠데타·암살 등의 내란에서부터 납치·테러·하이재킹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폭력행위(게발트)가 모조리 기록되어 있다.

 최근 일본의 유수 출판사에서 문고판 복간이 한창 진행 중인 히로세 다카시의 초기 논픽션들 가운데서, 저자의 세계관과 그 실천의 토대가 된 이 책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는 1984년에 일본 신쵸샤에서 초판이 출간되어 지금까지 5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평화운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화제작이다. 1985년 개정판에 2년분의 분쟁지도를 추가했다가 1992년 증보판에서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까지의 분쟁지도 6년분을 다시 추가했는데, 이번에 국내 소개되는 판본은 1992년에 출간된 증보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리비아, 그리고 북한….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결코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이란 곧 비즈니스 자체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나라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런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서로 증오해야 할 명확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가를 논의한 적도 없이 타국과 감정대립의 양상만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의 선동이 우리에게 먹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사실은 배후에 군수산업의 거대한 이권이 있고, 또한 핵무기와 원자력 생산설비를 하느라고 우리의 행복해야 할 인생이 바로 내일 끝장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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