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가 사건 초기 축소평가”
일본 정부가 12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등급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가운데 최고 수준인 7등급으로 두 단계나 높인 것은 뒤늦게나마 이번 사태를 심각한 상황으로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 3월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한정해 “외부에 대한 커다란 위험이 없다”며 4등급으로 평가한 뒤 18일 1∼3호기를 5등급으로 재평가했다.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12일에야 제1원전 전체를 7등급으로 올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초기에 사고를 축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미국 원자력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가장 놀라운 것은 방사성물질이 이만큼 대량으로 방출됐다고 공식 인정하기까지 1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등급인 7등급은 ‘대형사고(Major Accident)’로, ‘방사성물질의 대량 유출로 인체와 환경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해 계획적·장기적인 대응 조치가 요구되는 단계’다. 지금까지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는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유일하게 7등급으로 분류됐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노심의 방사성물질이 대량 확산돼 사고 직후 56명이 숨지고 이후 수천명이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관심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냐는 점이다. 물론 서로의 차이점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체르노빌 원자로는 고온에서 불이 잘 붙는 흑연을 감속재로 쓰는 ‘흑연감속로’인 데다 별도의 격납용기도 없어 폭발에 취약한 상태였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그 힘으로 터빈을 회전시켜 발전하는 ‘비등형 경수로’다. 강철로 된 격납용기에 둘러싸여 있어 비교적 안전한 모델로 꼽힌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 달 동안 서서히 진행된 만큼 일순간의 폭발에 의해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체르노빌과 달리 직접적 피해에 의한 사망자도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7등급 격상에 대해 러시아 원자력공사 대변인 세르게이 노비코프는 이날 “처음엔 위험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낮았다가 이번엔 균형추가 반대쪽으로 움직여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상황을 호도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7등급 선포는 과도한 것이며 방사능 시설 파괴 수준은 5등급 이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평가로는 최대 6등급이 적당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수준을 가늠할 열쇠인 원자로의 격납용기가 얼마나 손상됐는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격납용기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노심이 안전할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방사능 유출 위험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따라서 노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각작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 3월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한정해 “외부에 대한 커다란 위험이 없다”며 4등급으로 평가한 뒤 18일 1∼3호기를 5등급으로 재평가했다.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12일에야 제1원전 전체를 7등급으로 올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초기에 사고를 축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등급인 7등급은 ‘대형사고(Major Accident)’로, ‘방사성물질의 대량 유출로 인체와 환경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해 계획적·장기적인 대응 조치가 요구되는 단계’다. 지금까지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는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유일하게 7등급으로 분류됐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노심의 방사성물질이 대량 확산돼 사고 직후 56명이 숨지고 이후 수천명이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관심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냐는 점이다. 물론 서로의 차이점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체르노빌 원자로는 고온에서 불이 잘 붙는 흑연을 감속재로 쓰는 ‘흑연감속로’인 데다 별도의 격납용기도 없어 폭발에 취약한 상태였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그 힘으로 터빈을 회전시켜 발전하는 ‘비등형 경수로’다. 강철로 된 격납용기에 둘러싸여 있어 비교적 안전한 모델로 꼽힌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 달 동안 서서히 진행된 만큼 일순간의 폭발에 의해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체르노빌과 달리 직접적 피해에 의한 사망자도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7등급 격상에 대해 러시아 원자력공사 대변인 세르게이 노비코프는 이날 “처음엔 위험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낮았다가 이번엔 균형추가 반대쪽으로 움직여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상황을 호도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7등급 선포는 과도한 것이며 방사능 시설 파괴 수준은 5등급 이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평가로는 최대 6등급이 적당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수준을 가늠할 열쇠인 원자로의 격납용기가 얼마나 손상됐는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격납용기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노심이 안전할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방사능 유출 위험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따라서 노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각작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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