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4시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한 아파트에서 KAIST 박모(54)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교수의 아내는 “남편이 오늘 서울 집으로 오는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내려와 보니 아파트 안에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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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추모 집회 올들어 네명의 학생에 이어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부 앞에서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교과부 관계자는“ 카이스트에 대한 종합감사를 올 2월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지난 6∼7일쯤 통보했다”며 “이번 감사는 대학들에 대한 정기 감사의 성격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숨진 현장에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A4용지 3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박 교수는 1996년 KAIST에 부임해 2007년 영년직 심사를 통과했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로 알려져 지난해 2월에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최우수교수로 선정됐다. 지난 1월에는 ‘2010 KAIST인상’에 뽑히기도 했다.
한 동료 교수는 “박 교수가 지난 8일 종합감사 결과 검찰고발 방침 등 조치내용을 통보받고 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최근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KAIST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어 학생 자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비보가 전해지자 서남표 KAIST 총장과 주요 보직교수들은 급히 학교로 나와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KAIST 대학원 총학생회가 지난해 900명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가 연구인건비를 받은 적이 없으며, 이들을 포함해 47.8%가 월 40만원 미만의 연구인건비를 받는다고 답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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