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기회가 찾아왔다. ‘바다이야기’류 게임장을 하는 친구였다. 전보다 못하지만 게임장은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했다. 오래 할 필요도 없다. 2,3개월이면 본전 외에 각자 억대 돈을 쥘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과거 ‘바다이야기 광풍’ 당시에는 월 3억∼4억씩, 반년이면 빌딩을 살 정도로 돈을 긁어 모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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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사행성 '바다이야기'류 게임장은 지금도 폐축사, 교회 건물 등을 가장해 버젓이 영업을 일삼고 있다. 사진은 2006년 '바다이야기' 간판이 횟집 것인 줄 착각하도록 만든 한 게임업소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
1대당 180만원에 ‘통기계’ 60대를 들여놓았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심의를 거친 게임기들이다. 화면이 돌아가다 그림이 맞춰지면 일정 점수를 받는 ‘바다이야기’, ‘황금성’ 게임의 아류작이다. 그렇다고 심의받은대로 기계가 1시간에 3만원 정도를 먹도록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속도가 느리면 손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시간당 10만∼20만원을 쓰게끔 화면이 빠르게 돌아가는 이유다.
손님은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게임한다. 손님은 남은 점수만큼 이용권을 받아 은밀한 방식으로 돈으로 바꿔간다. 이를 위해 게임제조업체를 통해 ‘스타트’ 작업을 해 뒀다. 인터넷 쇼핑몰을 가장해 만들어진 환전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되더라도 쉽게 차단되지 않는다.
손님들은 보통 게임기 2,3대를 한꺼번에 돌린다. 승률이 10% 정도에 그치고 당첨금이 낮은 데다가 당첨금을 받아도 ‘똥’이라고 부르는 수수료를 떼므로 무조건 업소가 이익을 본다. 당첨의 순간을 맛본 손님은 더 큰 대박의 환상에 게임장을 쉽게 떠나질 못한다. 손님이 자동모드로 설정하고 자리를 비워도 당첨금을 조작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신의를 지키므로 경찰에 신고해서 해코지 하는 손님은 별로 없다.
새벽녘에는 주로 택시기사들이 게임장을 찾는다. 이들은 하루종일 한번도 터지지 않은 기계만 골라 당첨 확률을 높인다. 다른 손님들이 4~5시간 걸려야 잡을 '대어'를 이들은 1~2시간만에 잡기도 한다.
하루 수입은 400만∼500만원. 많을 때에는 700만원까지 올렸다. 영업 첫주 우선 ‘보험금’ 명목으로 4000만원을 공동비용으로 적립했다. 단속시 변호사 비용 등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후 지분율에 따라 일일정산했다. 애초 들은대로 단속만 안 되면 얼마 안 가 억대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이 날아간 건 경쟁업체 신고 탓이었다. 영업 한달 정도 된 지난해 5월말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수익구간에 들어선 상태였는데…. 단속 기미를 미리 알아챈 덕에 게임기 돈통을 거의 다 따 돈을 빼돌렸다. 불법 수익을 계산할 때 도박판처럼 판돈에 시간을 곱하는 식이어서 돈통에 돈이 너무 많으면 추징금이 세게 나온다. 업주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게 추징금이다.
일이 안 되려니 바지사장이 “다른 건이 걸려 있다”면서 꽁무니를 빼버렸다. 동업자 중에서 총대를 메야 할 상황이었다. 다들 불법 게임장 영업으로 처벌된 적 있거나 문제가 있어 결국 내가 나서기로 했다. 변호사 비용은 공동비용에서 충당했다.
경찰은 실제 주인이 더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면서도 강하게 추궁하지는 않았다. 벌금도 공동비용에서 지출했으니 손해는 안 났다. 그래도 한 달만에 적발된 건 너무 억울하다. 이제 벌금형 전과가 붙었으니 다음 번 투자 때에는 과거가 깨끗한 친구를 끼워넣어야 할 처지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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