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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순 지음/지상사/1만5000원 |
“아직도 라면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당시 라면의 선두였던 삼양식품은 ‘파라핀’이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홍역을 치렀습니다. 라면의 식품첨가물(유화제)인 ‘자당지방산에스텔’이 파라핀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 파라핀을 첨가한 사실이 없으며 식품위생법을 어기지 않았다며 삼양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즉 파라핀 시험법을 적용하면 파라핀으로, 자당지방산에스텔 시험법을 적용하면 자당지방산에스텔로 나오는 것임을 알아냈습니다. 과학적으로 말해 인체에 무해한 것입니다.”
“또 라면의 튀김기름에 쓰는 쇠기름(우지)이 식용이 아닌 공업용이라는 것인데요.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와 3심까지 간 우리나라 최대의 식품 사건인데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라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라면 자체는 무해한 식품입니다.”
저자 신광순(78) 박사는 우리나라 식품위생 정책 분야의 산증인이다. 1998년 서울대 수의과 교수에서 정년퇴임한 신 박사가 쓴 이 책은 1960∼70년대 개발독재 시대를 비롯해 식품 위생에 관한 굵직한 사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식품위생은 그 나라의 국력이나 성숙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죠. 그런데 과학적 근거 없이 지나치게 흥분했던 ‘광우병 사태’에서도 보듯 우리나라의 식품위생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칩니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잘 살피고 미래의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도 그런 사람들이 드물어요.”
저자는 정부 수립 이후 식품 행정과 제도의 변천 과정도 재미있게 구성했다. 특히 미국 코카콜라의 한국 시장 상륙이나 최초의 선진국형 빙과류인 ‘부라보콘’, 최초 유산균 음료인 ‘한국 요구르트’, 최초 스낵제품 ‘농심 새우깡’ 등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저자는 “선진국이 되려면 과거를 잘 보존하고 간직해야 하는데 식품위생 분야만큼은 기초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발생할 때마다 허둥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구제역 사태 같은 포퓰리즘적인 선동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고 했다
“식품 원료나 원자재의 국제 교역에서 공직자의 자세에 따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의 질이나 상황이 달라집니다. 즉, 자국민의 건강 보호 차원에서 다소 무리한 조치를 취해도 무방하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고자세 협상일수록 국익에 도움이 되며, 저자세일수록 손실이 크다는 게 식품 위생의 아이러니입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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