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진 전례 평창엔 다시 없길 동계올림픽을 향한 평창의 세 번째 도전이 진행 중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과 더불어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안시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오는 7월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개최지가 결정될 것이다. 올림픽 개최지는 IOC 위원이 후보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중에서 과반수 표를 얻은 도시로 결정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 도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적은 표를 얻은 도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도시에 대해 동일한 방식으로 투표하기를 반복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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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홍익대교수·수학 |
선거에는 올림픽 개최지 투표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다수결 방법’에서는 득표수가 전체 투표 수의 절반이 넘으면 당선된다. ‘배제 방법’은 유권자들은 선호하는 후보를 1위부터 순서대로 적는다. 투표 결과 1위 표를 가장 적게 받은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 후보를 배제한 상태에서 투표 결과를 정리하고, 또다시 1위 표를 가장 적게 받은 후보를 탈락시킨다.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 후 최종 당선자를 결정한다.
프랑스의 수학자 보다의 이름을 딴 ‘보다 점수 방법’은 유권자의 선호 순위에 따라 차등화된 점수를 부여하고 합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 후보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후보가 4명이라면 유권자가 선호하는 순서대로 1, 2, 3, 4위를 적고, 각각 4점, 3점, 2점, 1점을 부여해 총점이 가장 높은 후보가 당선된다.
‘쌍대비교’는 두 후보씩 짝을 짓고 비교해 점수를 준 후 이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 B, C의 세 후보가 있을 때, A와 B, A와 C, B와 C를 각각 짝짓고 두 후보 중 더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에게 1점, 동일한 지지를 얻었을 때는 0.5점을 준다. 각각의 비교에서 A, B, C가 얻은 점수를 합산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이처럼 다양한 선거방법을 만들었지만 선거에서는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중의 하나가 콩도르세의 역설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콩도르세의 이름을 딴 콩도르세 역설은 다수결 방식을 통해 이행성이 있는 의사결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A, B, C 세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이 A를 B보다 선호하고, B를 C보다 선호할 때 A를 C보다 선호하는 추이율(transitivity)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상이 콩도르세의 역설이다.
공평한 선거제도는 ‘과반수 기준’, ‘콩도르세 기준’, ‘사퇴자 무관 기준’, ‘단조 기준’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선거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과반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과반수 기준의 경우 보다 점수 방법이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예를 들어 특정 후보가 1위 표를 과반수 이상 받았지만, 나머지 유권자에게 최하위 지지를 받았을 때 보다 점수 방법을 적용해 보면 당선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1951년 케네스 애로는 세 명 이상의 후보자가 있는 선거에서 어떤 방법도 공평함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당선자를 낼 수는 없다는 ‘애로우의 불가능 정리’를 내놓았고, 그 공로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투표 방법이지만 이번만은 IOC 위원의 표심이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작용해 평창이 삼수 끝에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박경미 홍익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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