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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들 옥죄는 ‘긍정 이데올로기’

입력 : 2011-04-01 21:23:17 수정 : 2011-04-01 21: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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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1만3800원
긍정의 배신―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1만3800원


미국 생물학자인 에런라이크는 2000년 유방암으로 치료를 받던 중 다른 환자들에게서 ‘암은 축복’이라는 식의, 극도로 긍정적인 태도를 목격했다. 그는 그러나 긍정주의가 얼마나 깊게 퍼져 있는지 깨닫고 자기계발서와 동기 유발 산업, 초대형 교회, 긍정심리학 등 사회 곳곳에서 평범한 시민들을 옥죄는 ‘긍정 이데올로기’를 고발했다.

저자는 긍정 이데올로기는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고도 했다. 낙천성이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개인의 책임을 가혹하게 강요하는 것이 긍정의 이면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2006년 미국에서는 위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불량 주택채권) 및 알트-에이(Alt-A) 모기지가 전체 모기지의 40%로 늘었으며, 2007년 한 해에만 개인 파산 건수가 40%나 급증했다. 이 경고들은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되었다. 리먼브라더스의 고정자산 부문 글로벌 책임자였던 마이크 겔밴드는 부동산 거품을 감지하고 CEO 리처드 풀드에게 사태를 경고했다. 그러나 풀드는 곧바로 그 비관론자를 해고했고, 그로부터 2년 뒤 리먼은 파산했다.

1994년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 AT&T는 2년 동안 1만50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당일, 직원들을 ‘성공 1994’라는 동기 유발 행사를 개최했다. 연사로 초청된 지그 지글러는 “(해고를 당하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다. 체제를 탓하지 말라. 상사를 비난하지 말라.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기도하라”고 했다. 긍정주의의 맹신은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이며 제 발등을 찍을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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