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게 언론보도 보고 다시 쓰라 지시…지금 배후 밝혀도 재수사 못할 것
때가 되면 모든 증거자료 공개…에리카 김은 굳이 만날 이유 없어”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BBK 의혹’의 당사자인 김경준씨의 입국은 기획된 것”이라며 공개한 편지가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이를 알고도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주당 측이 ‘배후세력’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편지조작 사실을 제기한 신명(50)씨는 9일 “내게 편지를 쓰라고 강요하고 어떻게 쓸지 내용까지 알려준 세력을 당장 밝힐 순 없다”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총선이나 (늦어도) 대선 전에는 밝히겠다”고 말했다.
편지조작 사실을 제기한 신명(50)씨는 9일 “내게 편지를 쓰라고 강요하고 어떻게 쓸지 내용까지 알려준 세력을 당장 밝힐 순 없다”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총선이나 (늦어도) 대선 전에는 밝히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앞서 “한나라당이 기획입국 근거로 제시한 편지는 김씨의 미국 감방동료인 형(신경화씨)이 아니라 내가 썼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 같은 편지조작 보도내용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형이 쓴 편지를 내가 확보한 이상 (검찰이) 다른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씨는 형이 편지를 다시 작성한 이유에 대해 “내가 쓴 편지의 필체가 형 것과 너무 달라 상황이 애매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편지를 작성한 방법에 대해 신씨는 “면회시 영상이 녹화되고, 당시 형이 있던 교도소 면회실엔 쪽지를 건넬 구멍이 없어서 지시한 대로 진술한 게 소용없었다”면서 “결국 편지 작성 경위 등을 조사받던 형이 상황이 이상해진 걸 눈치채고 교도소에서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입증할 문건들이 있고 때가 되면 모두 공개하겠다”면서 “이 역시 애초 편지조작을 강요하고 내용까지 건네준 세력의 지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 수사가 진행됐는데 관련 자료(지시 문건)를 어떻게 보존했느냐’는 질문엔 “‘빨리 자료를 태우거나 폐기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혹시 몰라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실제 압수수색은 없었고 자료를 폐기하려고 거짓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결국 김경준씨 앞으로 쓰인 편지가 두 장이지만 우리 형제는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작성했다”며 “형은 BBK의혹과 관련해 김씨 공판의 증인으로도 출석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편지조작을 지시한 세력에 대해 “내가 지금 말해도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쓴 편지가 한나라당 측으로 넘어간 경위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그가 모든 의혹이 밝혀질 마지노선으로 ‘대선 전’을 지목한 건 국내에 수감 중인 형 신경화씨의 복역기간이 1년8개월 정도 남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때 잘나가는 치과병원을 운영한 신씨는 이 사건 이후 병원을 접었다. 그는 “검찰 조사도 여러 번 받았고 형 일로 백방으로 뛰다 보니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며 “형을 살려주겠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 끌려다니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온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중국 등지를 떠돌았다는 그는 “나중에 형이 쓴 편지를 최근 검찰한테 돌려받아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편지조작설을 퍼뜨리는 사기꾼으로 매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BBK의혹’과 관련해 최근 귀국해 조사를 받고 있는 에리카 김(47)씨에 대해 “입국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진술 내용 등을 보면 그를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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