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는 어이없다면서도 곤혹스러운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9일 “대통령 통역관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것이 없으며, 식사 얘기도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도 청와대가 이번 파문에서 자유롭기는 힘든 처지다. 소위 이 대통령의 ‘보은 인사’가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여서다. 그간 이 대통령이 주요국 대사나 총영사 등 공관장을 임명할 때 전문성보단 대선 과정과 BBK 사건 등에서 덕을 본 사람을 우선 고려하는 인사 행태를 되풀이해 비판 여론과 함께 적잖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희대의 사건 중심으로 부상한 김정기 전 주 상하이 총영사도 2008년 5월 부임 당시부터 MB 보은 인사의 대표 사례로 꼽혔던 인물이다. 김 전 총영사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필승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 집권 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보은 인사차원에서 주 상하이총영사로 가게 됐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김 전 총영사가 부임한 뒤 정권의 대단한 실세처럼 행동해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관원들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됐다”며 “공관원들이 거물 정치인 행세하는 김 전 총영사를 따돌리게 됐고 그러면서 조직 기강이 무너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의 다른 소식통도 “김 전 총영사가 공관장직을 국회의원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자연스럽게 대중 관계 등 공관장 본연의 업무보다는 국내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조직 장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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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김석민 사무차장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내 총리 기자실에서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조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또 이 대통령 예비후보 정책 특별보좌관과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 ‘MB맨’으로 알려진 이하룡 전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주 시애틀 총영사로 갔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의 주중 대사 기용이나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장관의 주 러시아대사 임명도 보은 인사라는 게 중평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엔 ‘용산참사’의 주역인 김석기 전 경찰청장 후보자를 주 오사카 총영사로 내정해 여론의 반발을 일으켰다.
보은 인사의 수혜자라고 모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공관장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에만 관심 있다”, “해당국과 관계가 소원해졌다”라는 뒷말이 나온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새로운 피가 들어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논리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정치권 출신 공관장은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청중·이우승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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