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이 野후보 흠집증거” 정국 달궈 2007년 말 BBK 사건 주역인 김경준씨 앞으로 쓴 편지 한 통이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김씨와 미국 교도소에서 1년간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가 작성했다고 알려진 편지 내용은 이렇다.
“이곳에 와 보니 자네(김씨)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해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 진영이 편지를 입수해 공개하자 정치권에선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큰집’이 청와대를 뜻한다는 전제 아래 “노무현 정권이 야당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김씨를 기획입국시킨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BBK 의혹은 처음부터 완전히 조작된 허무맹랑한 얘기”라며 편지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당시 최재경 부장검사)는 BBK 사건을 수사하며 김씨의 ‘기획입국’ 논란도 대상에 포함했다. 검찰은 편지를 쓴 당사자로 지목된 신경화씨를 불러 직접 조사했다. 그가 BBK 의혹 제기로 이 후보한테 타격을 입힐 것을 김씨와 공모했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공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편지가 처음 어떻게 작성됐는지, 정치권이 어떤 경위로 편지를 입수해 언론에 폭로했는지 등을 검찰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생 신명씨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씨를 회사 돈 횡령과 주가조작,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걸로 수사를 끝냈다. 이 후보는 BBK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입국’ 의혹도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수사팀은 “대선을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김씨 귀국을 추진했다는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국회의 특별검사법 제정으로 정호영 변호사가 특검에 임명돼 재수사를 했지만 결론은 검찰 수사 때와 같았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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