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식은 기본적으로 서양 문화의 산물이다. 기독교 국가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창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였다. 19세기 영국에서 결혼한 날에 축하예배를 하던 것에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5, 15, 25, 50, 60주년 등 5회로 정해졌다는 사실에서도 서양적인 감각이 묻어나온다. 지금은 매년 축하행사를 갖는 것으로 발전했다. 은혼식은 결혼 25주년, 금혼식은 결혼 50주년 기념식이다. 5주년은 목혼(木婚)식,15주년은 동혼(銅婚)식이다. 결혼 1주년 기념식은 지혼(紙婚)식이다.
회혼(回婚)식은 한국적인 전통이 물씬 살아 있는 결혼기념식이다. 만 60세 생일과 과거급제 60주년을 각각 기념하는 회갑(回甲), 회방(回榜)과 함께 한국의 전통사회에서 인생의 3대 경사로 꼽혔다. 이 가운데 가장 영광스럽게 여긴 것은 회혼이었다. 그때 기준으로 부부가 동시에 아주 오래 살아야 하고 가문이 어느 정도 번창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혼식을 갖는 부부는 인생에서 최고의 복과 장수를 누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회혼식은 조선시대 지배층인 양반사대부의 로망이었다. 영국에서 결혼 60주년 기념식의 명칭은 다이아몬드혼식이다. 하나 미국의 다이아몬드혼식은 결혼 75년째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부인 손명순 여사가 지난 4일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식을 가졌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도 얼마 전에 회혼을 맞았다. 한국정치를 주물러온 두 노정치인의 회혼식을 지켜보면서 결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아무리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요즘에도 회혼식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80세 중반을 넘어야 한다. 60년간 해로할 만큼 부부간 금실도 좋아야 한다.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YS와 JP의 회혼식을 축하한다.
두 사람은 회혼식에서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YS는 사회자가 “키스를 부탁한다”고 하자 망설임 없이 손 여사의 볼과 입술에 입을 맞췄다. JP는 부인 박영옥 여사를 향해 “난 평생 이 사람밖에 몰랐어요”라며 “수고했어요”라고 말했다. 손 여사의 “좋아서 살았지예”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결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과 행동들이다. 6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갈등이 왜 없었을까. 분명 수많은 고비를 넘겼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회혼식은 충분히 로망으로 삼을 만하다.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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