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WE+이슈why] "정말 부자는 나쁜가?"…안방에 부는 '물질만능' 열풍 왜?

관련이슈 주말 연예 웹진 'WE+'

입력 : 2011-03-06 10:24:37 수정 : 2011-03-06 10:24:3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정말 돈은 더러운 것이고 부자는 나쁜 사람들인가요?"

SBS 월화드라마 '마디어스'에서 재벌가 맏딸 유인혜(김희애 분)가 사법연수생을 앞에 두고 강연하면서 던진 대사다. 가진 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돈 예찬'이지만 돈, 부자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의문을 던진 유인혜의 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돈은 더럽고, 부자는 나쁜 사람들이냐 자문하면서 누구도 쉽사리 그 답을 내놓지 못했을 터다.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이면에 품고있는 돈에 대한 욕망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돈과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한 드라마 제작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점점 노골화되고 있는 물질만능 세태에 대한 반영, 혹은 반작용은 아닐까. 

근래 종영했거나 전파를 탄 드라마 중에는 돈과 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가든'은 상위 1% 재벌남과 가난한 스턴트우먼의 사랑을 남녀의 영혼이 바뀐다는 판타지로 그려낸 드라마.  극 요소요소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현실적 격차를  "(신분 차이로 결혼할 수  없으니)나중에 물거품처럼 사라져달라" "사회 지도층의 선행" 등의 대사로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종영이 임박한 '욕망의 불꽃' 역시 대서양 그룹 일가를 배경으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재벌가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을 꺼내놓았다.
 
방송3사가 잇달아 선보인 신작 드라마에서도 하나같이 돈과 재벌이 등장한다. 물론 여타 드라마에서 재벌은 익히 등장하여 왔기에 새로울 것 없지만 단순히 극의 재미를 돋우기위한 장치가 아닌 주제의식을 환기하기 위한 메인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SBS 월화드라마 '마이더스'는 펀드매니저 출신 엘리트 변호사 김도현(장혁 분)이 유명 로펌에 거액의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서 돈을 향한 욕망에 빠져들게 된다.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오랜 연인 이정연(이민정 분)이 있지만 돈의 세계에 빠지면서 결국 이별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더스'에서 도현에게 돈에 잠재된 욕망을 깨우게 만드는 캐릭터는 김희애가 맡은 유인혜 역이다. 외견상 반듯해 보이는 유인혜는 재벌가 딸로서 풍족을 누리지만 더 많은 부를 상속받기 위한 야망을 거두지 않는다.   

MBC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는 JK그룹이라는 재벌가의 비밀을 통해 돈과 권력욕을 향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JK가의 둘째 며느리지만 가난한 출신배경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고 K라 불리우며 숨죽이며 살았던 김인숙(염정아 분)이 남편을 잃은 뒤 JK의 실세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으로 현재 '로열패미릴'는 K의 캐릭터 반전을 예고한 상태다. 김인숙과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관계로 맺어진 한지훈(지성 분) 검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재벌가 딸과 가난한 고시식당 딸의 뒤바뀐 인생을 통해 부에 대한 욕망, 집착을 다룬다. 갓난아이 때 뒤바뀐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되는 부잣집 딸 한정원(김현주 분)과 가난하다는 이유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황금란(이유리)은 각각 인생쪽박과 인생역전을 맞이한다. 가난에 직면해서도 꿋꿋하게 성공을 개척한 한정원과 달리 황금란은 재벌 딸의 자리를 찾았지만 부와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위 주말 가족드라마를 표방한 KBS 2TV '사랑을 믿어요'에서조차 가진 자의 돈, 권력에 유혹 당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헌신적인 남편(이재룡 분) 동훈과 딸을 둔 혜진(박주미 분)이 별거 중인 미술관장 승우(이상우 분)와 위험한 사랑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다른 인물들이 밝고 경쾌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혜진과 승우의 불륜은 더욱 부각된다. 유학 간 아내를 묵묵히 뒷바라지 한 남편 동훈이 아닌 결국엔 돈 앞에 유혹 당한 혜진의 모습은 씁쓸함을 안긴다.
 
최근 돈과 욕망을 소재로 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눈여겨볼 점은 오랜 공백을 뚫고 컴백하는 주인공이 이같은 드라마에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이더스'의 김희애, '로열패밀리'의 염정아, '반짝반짝 빛나는' 김현주, '사랑을 믿어요' 박주미는 모두 오랫만에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대부분 차분하고 잔잔한 표정 뒤에 강인한 내면을 차츰 표출해가면서 반전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임팩트 있는 컴백효과는 강렬한 비트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돈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용이하다. 빠르고 직설적인 화법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와도 무관치 않다.  이같은 드라마에서 선보이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는 시청자들의 눈을 붙드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누구나 돈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밖으로 꺼내놓기는 힘들다. 하지만 깊숙한 내면에는 부자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또한 자리하고 있다. 부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이런 대중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유독 요즘 이런 드라마가 쏟아지는 현상은 얇아진 지갑에 비해 치솟는 물가 등으로 갈수록 살기 빠듯해진 서민들의 현실 도피심리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드라마 속 부자들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 현실의 고달픔을 잠시 잊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직 방송 초반에 불과한 이들 드라마는 곧 본격적인 갈등국면에 접어든다. 화려한 캐스팅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끌기는 성공했다. 극 중반을 넘어 마지막까지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향후 스토리 전개가 얼마나 개연성있게 맞물리느냐에 달렸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WE+]는 Weekend와 Entertainment의 합성으로, 세계닷컴이 만든 '격주말 웹진'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