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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안 했다고 문을 안 열어 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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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02 16:25:01 수정 : 2011-03-02 1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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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 집 근처를 지나가다가 마침 부탁했던 CD를 주려고 별 생각없이 갑자기 들렸더니 벨을 눌러도 소리가 없었다. 안에 들어 갈 것도 아니고 문밖에서 잠깐 주고만 갈려고 했었는데.

미국은 밖에 차가 있으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거고 차가 없으면 사람이 없다는 건데 차는 분명히 있는데 안에서 대답이 없어 다시 내차로 들어와 핸드폰을 했더니 전화를 받는다.

그녀한테, 안에 있으면서 초인종 소리 못들었나 왜 문을 안 열어 주냐고 했더니 자기가 지금 화장을 안 한 얼굴이기 때문에 문을 못 열어 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녀가 화장 안 했을 때의 얼굴은 본적이 없다.)

전화로 들려오는 그녀 말은, 자기는 자기 엄마 이외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화장을 안 하고 있을때 예고도 없이 들리면 절대 문을 안 열어주고 자기가 다니는 교회목사님이 와도 갑자기 들리면 절대로 문을 안열어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녀한테 줄려는 CD는 집 앞 우체통안에 놓고 가란다. 할 수 없이 우체통에 CD봉투를 넣으면서 갑자기 그녀가 안 됐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을 안 한 얼굴을 보이기 싫다고 같은 여자끼리 문을 안열어 주다니….

방금 만난 남자친구 라면 몰라도 여자친구 이고 그래도 미국와서 10년 알고 지내온 사이인데, 그리고 난 그녀가 화장을 했던 안 했던 정말로 관심도 없는데…. 나는 그녀가 자기 생각 속에만 갇혀서 누구한테든 외모를 잘 보여야 된다는 어떤 강박증 같은 게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싶었다.

어디 초대를 받아 가던지, 파티를 가는거 아니고서는 1년 열두달 집에서는 화장을 안 하고 사는 나는 그녀처럼 화장을 날마다 하고 살아야 한다면 스트레스 받아서 아마 돌아 버릴 것이다. 1년 열두달 날이면 날마다 화장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귀찮을까?

물론 여자들의 화장이란? 예쁘게 보이고 멋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집에 사람을 초대 했을 때나 남의 초대를 받아 갈 때 라던지 밖에 나갈 때는 하고 가야 한다. 여자가 남에 집에 초대받고 집에서 있던 얼굴 그대로 간다면 초대한 주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더러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에 화장은 해야된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시도 때도 없이 화장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면 화장에 대한 집착이 병적인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람들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 만큼 여자 얼굴에 화장을 했나 안 했나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라고 문을 못 열어 준다니….

물론 여자와 집은 가꿔야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집을 가봐도 가꾼 집하고 가꾸지 않은 집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나고 여자도 자신을 스스로 가꾸는 여자 하고 될대로 되라 하고 가꾸지도 않고 마구 사는 여자 하고는 중년을 넘어가면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여자는 자신을 가꾸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화장을 안 하고는 누구를 볼 수도 없고 밖에 못 나갈 정도가 된다면  그건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지나쳐서  '미'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국희 Kookhi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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