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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100인조 오케스트라 참여 매력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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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24 20:34:53 수정 : 2011-02-24 20: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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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 ‘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인디록밴드 ‘불싸조’의 리더인 한상철씨가 최신 영화에서 고전 영화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트랙을 소개합니다.

1982년 특수효과의 대담한 사용을 통해 SF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던 ‘트론’은 당시 큰 흥행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팀 버튼(‘배트맨’, ‘가위손’)과 ‘아이스 에이지’를 감독한 크리스 웨지가 디즈니 수습사원일 무렵 참여했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시초와도 같았던 본작의 속편 ‘트론: 새로운 시작’이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 나이키 등의 혁신적인 상업광고를 다뤄온 최첨단 영상작가 조셉 코진스키가 연출을, 그리고 전작의 주인공인 명배우 제프 브리지스는 같은 역할로 출연했다. 전작의 감독 스티븐 리즈버거 또한 영화의 프로듀서로 참여해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사진·2010년)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렉트로 듀오 다프트 펑크가 맡았다. 다프트 펑크에게는 2005년 작 ‘휴먼 애프터 올’(Human After All) 이후 거의 5년 만의 정규 앨범이 되는 이번 사운드트랙은 1980년대 제작된 오리지널의 성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최첨단화시켜 놓았다. 이는 오래된 샘플을 첨단화시키는 다프트 펑크의 기존 작업방식과도 일치한다. 이 때문에 이 ‘복각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자는 오직 다프트 펑크뿐이었을 것이다.

다프트 펑크는 이 앨범에서 일렉트로-댄스 뮤직을 기초로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참여시키면서 사운드트랙 컴포저로서의 매력 또한 성공적으로 분출해내고 있다. ‘팩트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다프트 펑크는 이 앨범 작업에 대해 “지금까지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도전적이고 복잡한 것”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론: 새로운 시작’ 사운드트랙은 그들의 기존 곡들과 미묘한 교집합점이 분명 있지만, 좀 더 비장미를 갖춘 사이버펑크·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에 가까워 보인다. 일종의 콘셉트 앨범인 셈이다.

사운드트랙은 일렉트로한 요소들보다는 중후한 스코어(영화를 위해 만든 오리지널 연주곡)가 대부분 배치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아무래도 전자음악이나 기존 다프트 펑크 팬들보다는 오리지널 스코어 애호가들의 기호에 더 부합하지 않았나 싶다.

일단 사운드트랙이 영화의 일부라는 설정 아래 이전에 해왔던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펼쳐보인 부분은 대단한 음악적 성과다. ‘블레이드 러너’나 ‘1984’와 같은 약간은 묵시록적인 SF 사운드트랙을 사랑했던 사람들 또한 매혹시켰으니 말이다.

1982년 원작의 사운드트랙은 ‘시계태엽 오렌지’ 등의 영화음악과 바흐를 무그로 연주한 일련의 앨범들로 유명한 일렉트로 뮤직의 파이오니아 웬디 카를로스(원래는 월터 카를로스였고 성전환한 이후 웬디로 개명)가 담당했다. 다프트 펑크는 이 전자음악의 아버지(혹은 어머니)를 뛰어넘어야 했다. 이는 마치 영화 속에서 원작의 주인공 제프 브리지스와 묘한 대립관계를 보이는 새로운 주인공이자 그의 아들의 구도와도 무척 닮아보인다. 현 일렉트로 신의 최전선에 위치한 퓨처리스트들과 이 업그레이드된 클래식 SF영화의 매치는 꽤나 박빙의 승부수다.

불싸조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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