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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중년여성 뒷모습 사진에 담아”

입력 : 2011-02-22 23:10:08 수정 : 2011-02-22 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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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석명씨 23일 부터 개인전 앞만 보고 살아온 삶. 어느 시점에선가 ‘나’를 되돌아보게 되면 왠지 가슴 깊은 곳에서 휑한 고독감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특히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에 젊음을 보낸 중년 여성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맞는다. 혹자는 중년을 ‘제2의 사춘기’라고도 한다. 사진작가 고석명(74·사진)은 이런 중년 여인의 ‘고독’을 앵글에 담아 낸다.

“우리네 중년 여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식과 남편의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자신을 깨닫게 되지요.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나는 뭔가’ 되뇌어 보지만 외로움만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는 “인간이란 혼자 와서 홀로 가는 것이기에 원초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다”며 “인간은 고독을 먹고 성장한다는 차원에서 중년 여인의 ‘성장통’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 속 여인은 자연과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중년 여성들이 외로움에 빠질 때 주로 가는 곳은 어디일까, 그럴만한 곳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고궁을 찾기도 하고, 강변을 거닐기도 하며, 버스나 기차를 타고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종교나 문화 공간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지요. 저는 사진기를 들고 그런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의 사진 속 여인들은 모두가 뒷모습이다. “뒷모습은 앞모습이 숨기고 있는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주지요. 인간의 뒷모습에는 거짓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최근 들어 그는 ‘장소와 모델’ 헌팅을 통해 나름의 ‘고독’을 연출해 내고 있다. 강남대로를 배경으로 하기 위해 사람이 가장 적은 설날 아침에 작업을 하기도 했다. 모델과 어울리는 장소를 찾기 위해 수많은 발품도 팔았다. “저만의 내면적 사진 구도를 찾는 여정이지요.”

사진 속 여인들의 시선은 모두가 아련하다. 회한과 삶의 주체자로서 통찰이 잔잔히 요동치는 듯하다. 일순간 ‘수고한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삶의 진정성을 되묻고 있는 셈이다. 23일∼3월1일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 (02)734-7555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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