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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레스 공항의 이런 저런 풍경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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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22 09:05:40 수정 : 2011-02-22 09: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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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워싱턴 돌레스 공항은 많이 변해 있었다. 여기 저기 리모델링을 하고 입구도 넓히고 승객들이 들어가는 곳도 좀 다르게 변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 가면 역시 여기가 미국이구나 느껴지는 것은 미국의 화장실은 쓰고난 화장지를 모두 변기 속에 투입 하므로 상당히 깨끗하다. 한국은 화장지가 물에 녹지를 않아서 옆에 화장실 쓰레기통에 넣기 때문에 아무리 깨끗이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갈아도 미국 처럼 말끔한 분위기는 못따라 간다. 미국의 화장실 쓰레기 통은 물에 넣으면 안되는 생리대 같은 것들 뿐이다.

리치몬드의 작은 딸 집에서 이런 저런 개인적인 볼 일을 보고 일주일 만에 미국을 떠나왔다. 긴 비행기 여행이 정말 지루 해서 몸을 뒤틀고 진저리가 났다. 공항에서 떠날 시간을 기다리며 내년 봄이나 초에 다시 작은 아이의 졸업식에 올 일을 걱정 한다.  비행기 시간이 좀 단축 되는 일은 없을까?

14시간의 긴 시간은 정말 지루 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저 할 수만 있으면 이런 일이 없기를 빌 뿐이다. 비행기 타는일 말이다. 워싱턴 공항은 수십번을 들락 거리는 단골 공항이라 아주 훤하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 진다. 내 인생 이제 60 고개를 넘는다.

다시 미국에 돌아 올까? 알 수가 없다. 늘 역마살에 평생을 돌고 돌아 다녔으니 그동안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면 이 공항을 들락 거린 것이 꿈만 같다. 건강도 예전만 못하고 비행기를 장거리 타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데 내년에 꼭 한 번만 올 일이 있다. 공항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남편과 동행해서 참 편하다. 시간이 되서 탑승을 했다.

아이를 가진 사람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먼저 타고 그리고 일등석 이등석 그리고 이런 저런 특별한 사람들이 타고 나중에 일반석 사람들이 탄다. 이런 저런 우리 부부도 모닝 캄이라는 부류로 먼저 탔다. 하도 비행기를 자주 타는 남편 덕분에 마일리지도 많다. 시간이 되서 서서히 워싱턴 하늘을 떠나 가니 다시 이리 저리 뒤척이다가 길고 긴 비행끝에 인천에 돌아 온다.

언제나 두세시간 내로 한국과 미국을 건너가는 초 스피드 비행기가 만들어 질까? 멀고 먼 워싱턴과 인천 공항의 길이를 생각하며 이제 내 세대 이렇게 14시간을 날았으나 다음 세대는 반이라도 시간이 줄여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워싱턴 돌레스 공항을 뒤로 한다. 멀어져 가는 미국의 산천 초목이 눈아래 그림처럼 펼쳐지면서 내년에 다시 올 약속을 마음 속으로 다짐한다.

가장 어린 막내 아이를 미국에 혼자 놓고 오는일이 마음이 편하지가 않은데 그래도 아직도 대학생이니 어쩔 수가 없다. 경제가 점점 힘들어 지고 미국이 옛날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점점 살기가 힘들어 지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안타깝다.

온 가족이 10여년 전 이민 와서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처음엔 장사가 잘되서 살만 했는데 지금은 갈수록 어려워 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대학을 모두 졸업하고 자기들 갈길을 가면 고국에 돌아 오고 싶다는
것이 친구의 바람이다.

내가 미국에 적을 두고 살 때는 버지니아에 죽을 때 까지 산다고 생각 했는데 나는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 상태가 되었는데 집을 미국에 두고 떠날 때는 분명 다시 버지니아로 돌아 오려니 하는데 버지니아를 떠난 3년쯤 지나고 보니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도 즐겁다.

우선은 형제 자매 들이 있기 때문이다. 긴 상념은 꼬리를 물고 인간의 역사 속에 사람 사는 가지 가지 모습들이 떠오른다. 국경을 넘나들고 수 없이 많은 시간들을 공항에서 기다리고 그리고 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다른 나라로의 비행기 여행속에 수십년의 세월을 보내고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내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세상을 돌아 다니며 살지 말기를 빌어 본다. 한 군데에 정착해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형제들 처럼 말이다.

공항의 기다림에 지치고 비행기 속에서 또 고단 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자기가 쉴 수 있는 자기집이 제일 편한 것을 알게 된다. 그곳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내 집이 있는 곳이 제일 편하다. 마음이 한국으로 오니 자연히 미국의 모든 것들이 멀어져 간다. 한국에 10년 이상 살면 국적도 다시 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재외 동포에게 아주 편리하게 법이 되어 있으나 그래도 한국에 살려면 역시 한국 국적이 더 편하단 생각이다.

다음주에 갈 예정인 등산을 생각하고 부지런히 다시 시차 적응을 해야겠다. 시간은 어차피 지나고 돌레스 공항의 이런 저런 풍경도 머릿속에서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유노숙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50.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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