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미술의 창으로 본 건축의 빛·색·공간

입력 : 2011-01-24 21:11:18 수정 : 2011-01-24 21:11:1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이헌정·강석현씨 전시회
4m 높이 흰색 ‘순수공간’ 조형물로 ‘인간을 담는 공간’인 집의 기능 환기
도자·목재 등 활용 건축요소 표현해
작가들은 전시공간에 작품을 내걸면서 매번 ‘유혹’에 시달린다. 공간에 대한 지배욕이다. 많은 작가들이 평면작업과 더불어 설치작업을 병행하는 이유다. 원초적인 건축적 욕망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구축해 가는 스토리텔링도 건축적 성격이 강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기에 현대미술에서 건축적 요소와 스토리텔링이 부각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헌정과 강석현 작가의 전시는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술과 건축을 오가며 ‘공간’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하고 있는 이헌정 작가. 그의 중요 관심사는 인간을 담는 ‘순수공간’에 대한 천착이다.
서소문 일우스페이스에서 ‘건축의 모델’이란 주제로 전시회(3월4일까지)를 열고 있는 도예가 이헌정(44)은 미술의 시각으로 건축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경원대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마쳤을 정도로 평소 자신의 작업에 건축적 요소를 접목하고 싶어 했던 작가는 도자와 목재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공간과 색, 빛, 물성이라는 건축적 요소들을 표현해 냈다.

전시장에는 2009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던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아트페어에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구입해 화제가 됐던 콘크리트 세라믹 탁자 같은 작품 위에 도시 모형이 자리한 작품을 볼 수 있다. 건축 구조를 닮은 도자설치작품, 종이 같은 세라믹으로 만든 모형 건축 등도 눈길을 끈다. 유리 비이커 등 실험실 같은 설치 작품도 있다. 유리와 콘크리트 등으로 이뤄지는 도시건축에 대해 작가 나름의 이야기를 펼쳐 내고 있는 것이다. 각목으로 사각의 뼈대를 짓고 비닐을 두른 집 형태의 조형물 속에서는 전구가 움직인다.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인 ‘빛’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건축도 건축을 떠나 미술로 바라볼 때 객관적으로 읽히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전시 하이라이트는 높이가 4m에 이르는 거대한 집 모양의 조형물이다. 내부는 온통 흰색으로 중심에 의자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명상 공간을 방불케 한다. 조명은 한옥 처마를 통해 걸러 들어온 햇빛을 연상시킨다. 무대조명이 바로 그런 것이다. 삶의 무대로서의 공간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건축의 본래적 기능이 ‘인간을 담는 공간’이란 것을 환기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흰 ‘순수공간’으로 표현한 셈이다.

“요즘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가 우주선 설계 과정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스케치 한장으로도 건축설계가 가능하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능보다는 모양에 치중한 건축물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트’라는 명분하에 작가나 건축가들이 별종의 인간인 양 허세를 부리는 것을 경계한다. (02)753-6502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전시(2월17일까지)를 갖고 있는 강석현(31) 작가는 과거의 기억들을 현재적 시점에서 불러내 이야기를 풀어 간다.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들은 화폭이 되고 그 위에 캐릭터가 오브제로 붙어 있다. “과거의 경험들은 현재의 다양한 감성들에 스며들어 있지요. 특히 크든 작든 어린 시절의 상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게 마련입니다.” 그가 광목천을 직접 바느질해 인형을 만들어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은 일종의 치유적 행위다. 각양의 캐릭터 인형은 과거에서 연유한 현재의 다양한 감성들의 모습이다.

◇강석현 작가는 “유기견에게 과거의 사랑 결핍을 채워졌을 때 비로소 곁으로 다가왔다”며 “제 작업이 그런 ‘치유적 세레머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유기견을 키우면서 작업의 키워드를 치유로 삼았다. 학대받은 개들이 발작까지 일으키며 ‘과거’를 말없이 항변할 때 그는 인간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했다. “제 작업은 결국 과거와 현재의 화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어린 시절 어머니가 거실에 만들어준 자그마한 소꿉놀이 집은 이야기의 창고가 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곳에서 실타래처럼 풀려 나오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인형을 유달리 좋아했던 그는 어른이 되서도 계속 목각인형과 로봇 등을 수집했다. “ 자연스럽게 작품의 소재로 추억이 담긴 장난감과 인형을 택하게 됐고, 다양하게 변주된 캐릭터 작업으로 발전했습니다.”

그가 최근 한 화장품 회사와 함께 작업했던 ‘해피 셀스(Happy Cells)’ 작품은 제목 그대로 세포를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다. 행복하게 웃는 세포들이 확산하면 노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처럼 온 화면에 퍼져나가는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보는 이에게도 행복 세포가 부쩍 늘어나는 느낌이다.

캐릭터들이 뭔가 하나씩 머리에 쓰고 있는 ‘마스크트(masked)’ 연작은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 자신이자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자신의 본성을 숨긴 채 순종적인 모습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들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작품이다. 그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팝아트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 작품은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을 인형이 등장해 표현하는, 일종의 상황극, 인형극 같은 작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02)732-4677∼8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