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항암제·전지 등에 두루 쓰여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비소 박테리아 존재를 발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구상 존재하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데 필수요소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여섯 가지인데 이것이 아닌, 인 대신 우리에게 독성물질로 알려진 비소를 생명체 구성 성분으로 사용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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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한양대 교수·화학 |
비소는 노란색 분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arsenikon에서 유래된 말로 원소기호 As(arsenic)로 쓰고 원자번호는 33, 원자량은 74.9인 준금속원소이다. 비소는 기원전 4세기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언급된 물질로 순수하게 분리된 것은 13세기 독일의 연금술사인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에 의해서다. 이 비소는 예로부터 독성물질로 널리 알려진 원소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물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세계에서 독살물질로 흔히 언급됐다. 우리 역사에서 왕이 보내 자살하게 하는 독약 일명 사약도 이 비소물질로 만들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였던 루비시테라는 화학무기도 이 비소로 만든 화합물이다.
이런 독성이 강한 비소 물질은 심각하게 환경에 영향을 주는데 지하수의 오염에서 그 예를 살펴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와 그 인접 주변 국가에서는 지하수가 자연으로부터 야기되는 비소에 의해 크게 오염됐다. 이 비소 오염은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데 현재 42건이 심각하다고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약 5700만명이 기준치 이상의 비소로 오염된 물을 마신다고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비소가 함유된 물을 마시면 결핵과 암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개발국가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활발히 하는데 이들 비소 오염 지하수를 먹는 사람들을 위해 비소를 간단히 제거해주는 기구의 개발과 보급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 의하면 쌀과 다소비 농산물을 서울 등 9개 지역 대도시에서 수거해 비소의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한다.
비소는 우리 주변에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비소화합물은 목재의 부식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방부제로 쓰이기도 했다. 그 외 살충제 및 쥐약인 살서제 등에 사용되며, 또 비소를 함유한 의약품으로서는 독일의 화학자인 파울 에를리히에 의해 합성된 세계 최초의 화학요법제이며 매독 치료제인 살바르산 606도 있다. 특히 파울 에를리히는 1908년 유산균 연구로 메치니코프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또 비소 화합물은 가축의 발병을 낮추거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사료에도 소량 첨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소화합물이 항암제로도 크게 각광받는데, 비소야말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라는 우리 옛말을 실감케 하는 물질이다. 뿐만 아니라 비소는 전지, 합금 및 반도체 등에도 매우 유용하게 쓰여 정말 마법과 같은 원소이기도 하다.
최정훈 한양대 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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