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로 드러날지 주목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와 관련, 검찰이 주요 피의자를 차례로 소환하면서 이번 사건이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지, 경찰 간부를 등에 업은 사기꾼의 농간으로 드러날지 세간의 관심이 높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전직 총수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경찰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경찰 자체 조사에서 브로커 유상봉(65·구속 기소)씨와 접촉했다는 총경급 이상 간부가 41명에 달할 정도다.
지금껏 실명이 오르내린 정관계 인사만 십수명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물급 정치인과 선이 닿아 있다는 설, 여권 대선주자가 연루됐다는 설도 파다하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은 “유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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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는 강희락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검에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함바’ 운영권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구된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귀가하기 위해 승용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
모두 사실이라면 ‘함바 비리’는 1990년대 후반 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유씨가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포섭해 전국의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쥐고 흔든 ‘권력형 비리’ 사건이 된다.
하지만 ‘폭로전’ 양상이 지속되면서 의혹의 상당 부분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고위층과 인맥이 없으면 운영권을 따내기 힘든 함바업 특성상 유씨가 허풍을 떨었을 수 있다. 모 경찰서 A경정은 “브로커들은 얼굴만 한번 봐도 이쪽저쪽에 이름을 팔고 다닌다”며 “유씨가 고위직을 만나러 갈 때 함바업자를 대동한 수법은 브로커들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함바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2중, 3중 계약을 한 것이 탄로나 여러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전문건설업체 대표 B씨는 “유씨가 고소를 당했다며 읍소해 변호사 선임비를 빌려주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도와달라고 전화가 온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한때 ‘유 회장’으로 통한 유씨가 재기를 위해 경찰과 정관계에 문어발식 로비를 시도하며 이들의 이름을 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로비 대상자 1000여명이 적힌 ‘로비수첩’이 있다는 설도 있지만 수사에 도움이 안 되는 전화번호부가 있을 뿐”이라며 “출국금지한 인사는 3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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