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시험에 짓눌려 생활하는 초등학생의 현실을 돌아보면 곽 교육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 학교에서 학업 성적을 평가, 비교하지 않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오죽 좋겠는가.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니 문제다. 초등학교 학력이 중·고교 학력, 대학입시 당락으로 이어지니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과외까지 시킨다. 학부모와 교원 사이에서는 당장 “공부하지도 시키지도 말라는 소리냐”는 말이 나온다.
중간·기말고사 폐지가 불러올 폐해 또한 자못 걱정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간·기말고사 폐지는 학업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교 교육을 약화시킬 게 뻔하다. 입시 경쟁은 현실이니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릴 소지가 다분하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사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는 부유하지 못한 가정의 자녀다.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힘들어지니 공교육 정상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초등학교 어린이를 시험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중간·기말고사 폐지가 아니라 입시를 중심으로 한 교육체계 전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부작용만 낳는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하기보다 심도 있는 토론부터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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