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국방 “기강저해… 엄정수사” ‘전투형 군대’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번에는 군 인사철을 전후해 등장해온 ‘무기명 투서’를 발본색원할 것을 지시했다.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느슨해졌던 군기강을 다잡아가는 상황에서 인사와 관련한 잡음으로 자칫 국방개혁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9일 “지난달 16일 단행된 군장성 진급 인사와 관련해 최근 김 장관에게 육군본부 A장군(준장)을 음해하는 무기명 투서가 전달됐다”면서 “지난 4일 장관이 승장래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에게 강도 높은 수사를 지시했고, 현재 특별수사팀이 꾸려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장관은 군이 북의 도발로 힘겨운 시기에 장성 진급 인사와 관련한 투서가 날아든 데 대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장관이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엄정한 수사를 해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군에서는 매년 인사철마다 적잖은 무기명 투서가 접수됐지만 수사할 경우 내부 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대부분 묵살해 왔다. 따라서 장관 지시로 별도 수사팀이 만들어져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서를 군기강 저해 요인으로 간주하고 척결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접수된 투서에는 지난달 진급한 A장군이 육군 모부대 근무시절 1억여원의 부대운영비를 횡령했다는 것과 가족이 지난해 초 짝퉁 명품가방을 수입했다가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는 등 개인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부대는 연대급으로 부대운영비가 고작 1000만∼2000만원 선인 것으로 드러났고, 가족의 짝퉁가방 수입 건도 육군본부 내 모 중령의 부인이 저지른 일로 밝혀졌다. 투서에는 상급자인 B장군이 수백만원을 받고 A장군을 장성으로 진급시켰다는 주장도 포함됐으나 이마저도 신빙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도 육군본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무기명 투서가 접수돼 확인작업을 폈다”면서 “당시는 진급 심사를 앞둔 상황이라 조용히 내사를 벌였고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파악돼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보고됐고 A장군의 진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A장군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3∼4개월 동안 말도 안 되는 모략으로 심적인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번 수사를 통해 다시는 군에 투서가 난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국방부가 지난달 16일 단행한 군장성 진급 인사는 국방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속전속결로 추진돼 111명이 진급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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