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담은 갈등조장하고 에너지 분산

몇 년 전 나는 이어령 교수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축을 하면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축이란 미래의 바람직한 상황을 이루어진 것으로 기정사실화해 축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신랑 신부가 어른들께 인사를 가면 이런 식으로 예축을 한다. “이번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면서, 축하한다. 훌륭하게 잘 키워라.” “이번에 낳은 애가 아빠를 빼닮았다면서, 잘 키우거라.” 실상은 아직 애를 낳지 않았는데도 아빠를 빼닮은 아들을 낳으라는 덕담을 이런 식으로 예축한 것이다. 물론 예축은 여러 분야에서 다 가능하다. “이번에 과거에 급제했다니 장하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거라.” “이번 장사로 큰돈을 벌었다니 축하하네.” 이런 예축을 하면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우선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성과를 얻기 위해 의욕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예축을 하면 실현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지게 돼 있다.
실제로 이 교수는 내가 부총장 시절 가끔 ‘윤총장’이라고 부르셨는데 그때마다 내가 ‘부총장입니다’라고 답변하면 그냥 예축이니 즐겁게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내가 있던 대학교는 미국인이 총장이었다. 어쨌든 나는 열심히 일했고 어느 날 이사회로부터 총장으로 선임됐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이 교수의 ‘예축’ 덕분에 총장이 빨리 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예축은 최고의 덕담이다. 덕담은 말로서 남을 배려하고 위로하고 의욕을 북돋워주는 아름다운 일이다. 신년 초에는 모름지기 만나는 사람마다 덕담을 하는 것이 도리다. 덕담을 하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기분이 좋아지고 인간관계도 좋아진다. 덕담의 반대말은 악담과 험담이다. 악담이나 험담을 하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품격도 망가지게 마련이다.
요즘 우리나라 어린 학생들이 욕설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는 조사 자료가 보도되는 것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악담과 험담이 쏟아져 나와 국민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도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큰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각별히 말을 조심했고 명절이나 축일을 앞두고도 험담을 삼가고 덕담만을 했다. 올 한해도 우리가 각자의 새해 꿈을 이루고 또한 국가의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면 요즘 같은 신년 초에 서로 마음껏 예축을 해보면 어떨까.
지난해 우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적 위상을 크게 드높였고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보다 굳건한 안보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과 마찰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폭언, 욕설, 험담, 악담으로 우리의 에너지가 분산되고 갈등비용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신년 인사회가 열리고 있고 우리 고유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격려하면서 의욕과 사기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확산시키는 일일 것이다. 최소한 설날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악담과 험담을 자제하고 서로 예축을 해보면 어떨까. 예축이야말로 최고의 덕담이며 상대방의 의욕을 높이는 긍정의 에너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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