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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3D영화 누구나 도전 가능…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

입력 : 2011-01-04 20:58:46 수정 : 2011-01-04 20: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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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3D영화 ‘나탈리’ 연출 주경중 감독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면서 지난해 3D 열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영화계는 앞다퉈 3D 영화를 만들어냈고, 산업계도 3D TV를 잇달아 출시하는 등 3D 열풍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3D 장편영화 ‘나탈리’를 연출한 주경중 감독을 만나 3D 영화를 둘러싼 이슈와 그의 영화 얘기를 들어봤다.

“3D만을 보러 극장에 가는 관객은 없습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결국 스토리텔링이고, 드라마이며, 감동이죠. 거기에 자신 있으면 누구나 3D에 도전할 수 있어요. 3D는 대단한 테크닉도, ‘종교’도 아니에요. 3D 장비와 촬영 과정을 모르니까 힘들고, 노하우가 없으니까 불편할 뿐이죠. 대단한 미학과 어려운 코드가 3D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국내 첫 3D 장편 상업영화 ‘나탈리’를 연출한 주경중 감독은 ‘다른 영화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영화 ‘나탈리’는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조각상 ‘나탈리’ 모델(박현진)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예술적 동반자로 사랑했던 조각가 황준혁(이성재)과 미술평론가 장민우(김지훈)의 엇갈린 사랑의 기억을 그린 작품이다. 주 감독은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장르에 맞지 않는 내용을 왜 3D로 만드느냐는 웃기는 지적은 집어치웠으면 합니다. 전쟁 얘기만, 웅장한 장면만 3D로 찍는다면 돈이 얼마나 들겠어요? 그럼 1000억원을 들여서만 (3D를) 만들라는 말입니까. 해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모르는 얘기만 하고 있어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의 얘기는 SF나 액션만이 아닌 거의 모든 장르의 소재나 이야기를 3D로 제작할 수 있고, 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영화 기법으로서의 3D가 중요한 게 아니라 3D에 담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주 감독은 3D 영화에서 국내 어느 영화인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나탈리’를 통해 3D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한국신지식인협회가 수여하는 ‘신지식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 압구정동 상상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수염이 더부룩하게 자라있었는데, 마치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드러내는 듯했다. 다소 어눌한 듯했지만 그의 말은 막힘이 없었다.

주 감독이 3D 영화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를 본 직후. 그는 “아바타를 보고 큰 쇼크를 받았고,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주 감독은 3D 영화를 찍기 위해 하루 1000만원의 임차료를 내고 3D ‘리그(RIG)’를 빌려 2009년 3월9일 전남 순천만에서 ‘현의 노래’ 첫 촬영을 시작했다. 3D 영화는 3D를 찍는 별도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 2D 카메라 두 대를 이어 붙여주는 장착대(‘리그’라는 장치)를 이용해 찍는 것이다. 하지만 딱 하루 3D 촬영을 해보니, 100억원 이상이 드는 대작 ‘현의 노래’의 3D 촬영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촬영장비의 기동성이 문제였어요. 카메라가 너무 무겁고 부수 장비도 많았죠. 2D 영화는 10kg짜리 카메라 한 대를 둘러메고 찍으면 됐는데 3D는 30∼40kg짜리 카메라에 300kg에 이르는 부수 장비가 거미줄 같은 선으로 연결돼 있어 기동성이 거의 없었던 거예요.”

그는 3D에 대한 공부와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예전에 기획해둔 ‘나탈리’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남녀 배우 2명이 나오는 저예산 시나리오였다. 결국 촬영 17회차 만에 ‘나탈리’를 모두 찍을 수 있었다.

―‘나탈리’는 첫 3D 영화였지만 흥행(관객 15만여명)에 성공하진 못했는데.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3D 영화제작 경험을 쌓았고 15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 17일 만에 찍었다는 점도 고려해야죠. 홍콩 25개 3D관에서 상영되기도 했고요. 물론 전체적으로 ‘나탈리’가 큰 흥행을 하진 못했지만 이건 3D의 실패가 아니라 드라마의 실패죠.”

―‘나탈리’는 3D 물결에 대한 국내 영화의 첫 대응인데.

“사실 ‘나탈리’를 찍고 ‘현의 노래’를 찍는 과정에서 두 번 정도 생각이 바뀐 것 같습니다. 처음엔 베드신을 제외하면 감정 변화를 그리는 ‘나탈리’가 3D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3D는 장르나 스토리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은 2D가, 어떤 것은 3D가 나은 게 아니죠. 우리는 세상을 볼 때 이미 3D로 보고 있거든요.”

―실제 해보니 3D 영화 제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부수 장비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한 개의 선으로 독립적으로만 모을 수만 있다면, 기동성도 극복할 수 있을 텐데요. 짧은 선 여러 개가 카메라와 부수 장비에 연결돼 있어 부자연스러워요.”

주 감독은 3D는 잠시 머물다가 가는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시대 흐름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올해 3D 스크린이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으로 3D 영사 시스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입니다. 또 3D를 주도할 텔레비전 분야에서도 소니, 삼성 등이 앞다퉈 3D 텔레비전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촬영 기자재도 슬림화해 3D 촬영의 걸림돌이던 기동성 문제가 크게 해소될 가능성도 있어요. 여기에 2D로 찍어 3D로 전환하는 ‘컨버팅 기술’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그래도 3D 영화를 보면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화면을 중심으로 해서 사람 또는 사물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마이너스 입체’, 뒤로 빠지는 것을 ‘플러스 입체’라 합니다. 우리는 플러스 입체는 계속 경험해 자연스럽게 느끼죠. 하지만 마이너스 입체는 기존 2D에서 경험하지 못해 생소하고 아직 인지 능력이 적응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자꾸 보다보면 금방 적응될 거예요.”

―다른 영화 감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3D 영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역시 이야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르고 했는데 뭘 못하겠어요? 3D 미학 같은 이상한 얘기는 할 필요 없습니다. 전혀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좋은 3D 영상을 만들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있지요. 하얀색 반사광은 조심해야 하고 입체효과는 좌우보다 전후에서 드러내는 게 더 큽니다. 또 대단히 빠른 액션보다 다소 느슨한 동작이 효과가 좋고요. 너무 빠른 액션은 2D와 3D 간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주 감독은 한국외대 등을 거쳐 2003년 장편 ‘동승’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현재 대작 ‘현의 노래’ 를 제작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현의 노래’는 봄부터 다시 찍을 생각입니다. 다만 3D를 한번 더 점검하는 차원에서 2월쯤 단기간에 ‘지급거래’라는 작품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어요. 3D 영화의 의문점을 다시 확인한 뒤 ‘현의 노래’를 찍게 될 것 같습니다.”

‘현의 노래’는 김훈 소설을 원작으로 사랑과 전쟁을 다루는 제작비 150억원짜리 규모의 3D 영화다.

글 김용출, 사진 송원영 기자 kimgija@segye.com.

■ 주경중 감독은 

▲1959년 전남 순천생 ▲순천고, 한국외국어대 인도어과 졸업 ▲대학 재학 시절 영화동아리 ‘울림’ 활동 ▲1988년 정치잡지 ‘월간 여론시대’ 발행 ▲1991년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제작자 참여 ▲2003년 첫 장편영화 ‘동승’ 연출, 32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됨 ▲2010년 국내 첫 3D 장편영화 ‘나탈리’ 연출 ▲100억원대 규모의 3D 대작 ‘현의 노래’ 제작 중 ▲‘2010년 신지식인 대상’(한국신지식인협회 주관)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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