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온 공유(31)는 어디 좋은 곳에서 휴양하고 돌아온 양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 영화 '김종욱 찾기'로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를 한 그는 3년 전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이하 커피프린스)으로 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입대를 선택했다. 학업을 위해 몇 년 늦출 수도 있었지만 그는 미루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너무 큰 인기를 얻어서 내 자신을 잃고 배우로서의 나만 남은 느낌이었죠. 제가 처음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배우는 아니잖아요.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다 ‘커피프린스’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는데 솔직히 적응이 안됐어요. 제가 촌스러운 면이 있어요. 밖에 나가기가 무섭더라고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참으로 고마운데 뭔가 혼란스러웠고 쉼표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매일 마다 날아드는 팬레터를 읽다보면 군대에서의 고단한 하루가 금세 흘러갔고, 팬들이 보내주는 사식(私食)에 동료들과 돈독함이 쌓여갔다. 특히 일본 팬들이 보내는 다양한 선물들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일본 팬들은 특히 자국 음식을 보내며 그의 건강을 챙겼다.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다 맛볼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
"공백에 대한 두려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팬들은 ‘쉬다오라’며 ‘우리가 든든히 지켜주겠다’고 하셨어요. 군에 있는 동안 팬들이 더 애틋해졌어요. 아낌없이 사랑을 주시고 쉴틈없이 격려를 해주셨죠.”
한창 군대 얘기가 흐르자 그는 “아프면 공익갈 수도 있고, 개개인의 문제일 뿐인데, 연예인이라고 해서 (군대가) 마치 거대한 것이 훈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제대 후에는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시나리오를 읽어보기도 했다. 여기 저기서 그를 섭외하려는 물밑 작업도 펼쳐졌다. 차기작은 반드시 영화를 하겠다 마음 먹었다. “고민이 많이 되는 시나리오는 좋은 게 아닌 것 같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자신도 모르게 몰입이 됐던 ‘김종욱 찾기’ 시나리오를 읽고 ‘이거다’ 싶었다.
“영화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컸어요. 이렇다할 대표적인 작품을 꼽을 수도 없고요. 물론 영화 주인공으로서 관객수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저버릴 수 없겠죠. 하지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못얻어도 내 연기가 훌륭하다는 얘기만 듣는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오픈한 공유(한기준)가 고객 임수정(서지우)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원작은 동명의 뮤지컬로, 지난 2006년 초연된 시즌 1부터 지금까지 약 1,200회의 공연 동안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 상업 영화로 제작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공유는 극중 2:8 가르마와 구김살 하나 없는 옷차림을 고수하는 소심한 원칙주의자로 그려진다. 그에 반해 임수정은 프로페셔널한 무대감독으로 분했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저는 코미디를, 임수정 씨는 로맨틱을 담당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꼼꼼한 남자는 아닌데, 주위에서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도에서 촬영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좀 억울한 게, 영화에서는 고생한 흔적이 안보여요. 서정적으로 그려져서 말이죠. 무려 44도의 기온, 얼음을 살 곳도 없었어요. 그리고 모든 밥에서는 카레 냄새가 났죠. 하지만 인도는 신기한 나라예요.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나중에 여행으로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극중 1인 사업가로 출연하는 공유는 실제로 사업을 구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주위에 조언을 구하면 대부분 ‘돈되는 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제가 인디밴드를 좋아하거든요. 공연과 식사를 겸하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혹은 아주 허름하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도 멋질 것 같아요. 역시 돈은 안될 것 같죠? 하하”
이번 영화는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첫 영화 도전이며 원작자이기도 하다. 공유는 “원작자로서의 믿음이 있어서 출발할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며 “(생각이) 매우 열려있고 디테일하다. 여성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 잘 아신다”고 평했다.
공유는 지난 3일과 5일 일본에서 대규모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직접 기획 및 구성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보람도 컸다. 일본 오사카와 요코하마에서 열린 팬미팅에는 무려 1만 5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라이브 미니 콘서트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에는 여성 팬 뿐 아니라 남성 팬들도 눈에 띄었다.
“과분한 사랑에 보답할 일은 좋은 연기를 보이는 일이겠죠. 인기에 연연하는 것만이 아닌, 무르익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익어갈 수록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영화 ‘김종욱 찾기’로 올 겨울 많은 사랑이 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운명을 좇지 말고 다가온 인연을 잡으세요.”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 사진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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