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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폭로의 역사로 본 내부고발자에 대한 평가는

입력 : 2010-12-13 00:12:38 수정 : 2010-12-13 0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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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대접 받거나 고자질쟁이 되거나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28일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25만건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돌이켜 보면 폭로가 세상을 들썩이게 한 예는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잘나가던 미 국방 전문가 대니얼 엘즈버그는 베트남전에 관한 국방부의 기밀문서(‘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1971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사에 전달했다. 멀리는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를 공개 비판한 마틴 루터 또한 당대의 ‘휘슬 블로어’였다. 그렇다면 폭로는 어떻게 봐야 하고,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1971년 미국 국방부의 베트남전 기밀을 공개한 대니얼 엘즈버그(왼쪽 사진)와 2001년 엔론 회계부정을 알린 셰런 왓킨스.
◆폭로의 역사


폭로 혹은 내부 고발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휘슬 블로잉’은 영국 경찰이 범죄 장면을 목격하면 호루라기를 불던 데서 유래했다. 휘슬 블로잉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겠지만 국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건 최근 일이다. 미국에서 폭로가 본격적으로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된 건 1960년대 와서부터다. 이후 1989년 연방법인 ‘휘슬 블로어 보호법’이 제정됐다.

영국은 1998년 공익폭로법(PIDA), 일본은 2004년 내부고발자보호법, 뉴질랜드는 2000년 보호폭로법, 그리고 우리나라는 2001년과 2008년 부패방지법을 만들어 폭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2001년과 2002년은 미국에서 휘슬 블로잉이 가장 빛을 본 해였다. 2001년 엔론사 부사장이었던 셰런 왓킨스가 회계장부의 문제점을 발견해 회장에게 보고한 편지가 공개됐고, 이듬해 신시아 쿠퍼 전 월드컴 내부감사역은 회계부정을 이사회에 알렸다. 같은 해 연방수사국(FBI) 요원 콜린 롤리는 FBI가 9·11 테러 위험을 감지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영웅인가, 고자질쟁이인가

왓킨스는 엔론이 파산한 뒤 각종 연설과 출판을 통해 대표적인 휘슬 블로어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비리를 폭로한 존 코프친스키는 훗날 소송으로 5150만 달러(약 590억원)의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굉장히 예외적인 행운아에 속한다. 많은 경우 휘슬 블로어들은 해고와 같은 피해가 폭로 때문이고, 폭로 내용이 본인의 이득과 상관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또, 이전에 관련 소송이 없었을 경우에 한해 진정한 휘슬 블로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의 비리를 고발할 땐 정보 입수 경로가 합법적이어야 하며, 영국·뉴질랜드·아일랜드에서는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은 경우라도 그 내용이 기밀이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휘슬 블로어를 보호하는 단체도 많은데, 미국의 내셔널휘슬블로어센터(NWC)와 영국의 PCaW(Public Concern at Work)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폭로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거나, 법률 자문과 관련 입법 운동을 벌인다.

줄리언 어산지가 공익을 추구한 영웅인지, 위험한 고자질쟁이인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PCaW의 케이시 제임스 이사대행은 세계일보의 물음에 “(외교가의 쑥덕공론까지 공개한) 이번 폭로는 공익을 위한 건지, 대중의 흥미를 위한 건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법을 바꿔서라도 어산지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공화당 소속 론 폴 하원의원은 9일 본회의 발언을 통해 “위키리크스가 기밀 자료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어산지가 기소된다면 마찬가지로 이 자료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왜 기소할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12일 사설을 통해 어산지에 대한 간첩죄 기소 가능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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