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에 이어 8일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에 이어 3남매가 나란히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특히 30대 임원이 여럿 탄생하는 등 발탁 인사가 대거 이뤄져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최대 규모 임원 승진
삼성이 이번 인사에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자를 낸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에도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데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 이번 인사에는 30명이 부사장이 됐고 전무로 142명이 승진했다. 또 부장급에서 총 318명이 상무로 임원 반열에 올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자는 모두 49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임원 승진자 380명과 비교하면 매우 큰 규모다.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만 해도 역대 최대인 172명에 달해 향후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 한층 두터워졌고 따라서 책임 경영도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파격적인 발탁인사가 두드러졌다. 주인공은 삼성전자 양준호(39·TV디자인) 수석과 문성우(39·물류시스템) 부장, 이민혁(38·스마트폰디자인) 수석 등 3명으로 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연구개발(R&D) 인력의 대거 승진도 눈에 띈다. 올해 신임 임원 중 R&D 인력은 100명으로 작년 65명, 2008년 4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석·박사 인력의 신임 임원 승진 규모도 12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 속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 역량을 확보한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승진자 490명 중 발탁 승진이 79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발탁률(16.1%)을 보였다. 정규 승진 연한에 비해 2년 이상 빠른 ‘대발탁자’도 12명이 나왔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선도할 젊고 참신한 인물을 대거 발탁한 것이 특징”이라며 “승진인사 규모가 사상 최대인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전통적 인사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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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부사장 ◇김재열 부사장 ◇홍완훈 부사장 ◇박동건 부사장 |
해외 현지법인의 외국인 영업책임자들이 본사 정규임원으로 승진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 미국 휴대전화법인에서 매출 확대 및 시장 1위 달성에 기여한 오마르 칸씨가 상무로 승진했고 삼성전자 중국법인에서 GSM폰 영업을 담당하며 10%대의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 러지아밍씨도 상무 직함을 달았다. 또 애플과 HP 등 메모리반도체의 대형 거래처 관련 매출을 견인한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법인 존 세라토 시니어 VP와 미국 시장에서 백색가전 성장을 주도한 삼성전자 미국 세트법인 폴리테스키 시니어 VP도 상무로 승진했다. 또 삼성그룹 내에서 ‘그룹 노벨상’으로 불리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도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3세 경영체제 가속화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전무와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가 부사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이 전무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김재열 전무는 승진 2년 만에 부사장직에 올랐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나온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를 거쳤다.
이로써 이 회장의 자녀와 사위 등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5명 중 4명이 올해 인사에서 승진해 삼성그룹은 3세 경영체제가 한층 빨라졌다. 이 회장 3남매는 이번 동반 승진을 계기로 이재용 사장이 그룹 주력인 전자·금융 계열을 맡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등 서비스 부문,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모직, 제일기획 등 소비재 및 지원 분야를 맡는 후계 구도가 짜인 것으로 보인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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