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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를 높이자] (2)기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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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2-06 14:28:08 수정 : 2010-12-06 14: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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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도 사회적 투자… 전문가 양성 ‘나눔교육’ 펼쳐야 전쟁이나 사업에서만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니다. 기부에도 전략과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연말·연시나 국가 재난 등 특정한 시점을 정해서 기부한다. 이 같은 기부는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 우리 사회가 ‘기부 후진국’인 이유다.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기부를 사회 개선을 위한 투자로 보고, 전략적 기부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일부 시민단체나 컨설팅 업체에서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미미한 실정이다. 기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양성을 통한 ‘도움닫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기부는 미래 위한 투자… 전문가 양성 활발

선진국에서는 대학과 연구소 등지에서 기부에 관한 연구와 교육이 활발히 이뤄진다. 일찍부터 기부 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인디애나대학교에 기부연구센터와 학위 과정이 마련된 것을 비롯해 미시간대와 뉴욕대 등에도 관련기관이 있다. 호주는 ‘기부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기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기부 관련 학술기관으로는 스윈번 공과대학의 ‘사회적투자 및 기부연구소’와 퀸즐랜드 공과대학의 ‘기부 및 비영리 연구센터’를 들 수 있다.

2001년 상경대학원에 설립된 ‘사회적투자 및 기부연구소’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사회적 투자로서 기부에 관한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3년 과정의 석사 학위 과정을 비롯해 준석사 수료·준석사 등 다양한 학위 과정이 마련돼 있어 기부에 대한 기초 지식부터 전문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이곳을 찾는 학생은 개인 기부자부터 기업에서 관련 분야 일을 하는 사람, 자산관리사, 공무원, 기부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실무자 등 매우 다양하다. 일반 기부자는 사회적 투자로서 기부의 가치와 역동성을 이해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기부 방법을 배우고, 실무자는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기부 관련 정책 개선을 이끌어 냄으로써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마이클 리프만 소장은 “교육 과정을 거친 이들이 이 분야에서 새로운 전문가 계층을 형성한다”며 “호주의 기부 문화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퀸즐랜드 공과대의 ‘기부 및 비영리 연구센터’에서도 비영리조직의 관리 측면에서 기부 전문가를 양성한다. 경영학 석사 과정의 하나로 학위 과정도 운영되는 이곳은 비영리 조직이나 공공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비영리조직 운영에서 기부의 중요성이나 세금 등 법적인 측면에서 기부 연구, 최근 기부 동향 등이 주요 교육 내용이다.

◆연구소 설립 시급… 기부자 교육도 필요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모금전문가 학교를 열었다. 선진국과 달리 기부를 투자로 보지 못하고 감성적으로만 접근하는 한국 사회의 체질을 개선해 보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모금 전문가는 조직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곳에서는 10주간 모금 세무 관련 전문가와 변호사에게서 모금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 배우고, 전문가한테서 기부자를 발굴하는 법과 모금을 기획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실제 모금 활동을 통해 실전 경험도 쌓는다. 국내 최초 기부 교육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5월 1기 수강생을 모집한 이래 현재 3기 수료생까지 배출한 상태다.

◇더불어 잘 사는 ‘기부 강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부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24일∼12월19일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모금전문가 학교’ 2기 과정에서 수강생들이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희망제작소 제공
최근 들어서는 일부 컨설팅 업체도 기부 전문가 양성에 뛰어들고 있다. ㈜도움과나눔은 비영리단체 모금 실무자를 대상으로 초·중급 모금 과정, 모금전문가(CFRE) 과정을 비롯해 1일·단기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국내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2∼3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의 이 같은 프로그램이 민간 주도이다 보니 단기간의 과정에 그치고 만다는 점이다. 실제 기부를 사회투자의 일종으로 보고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하나의 학문 단위형태로 교육하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또한 교육 자체가 모금 역량을 늘리고 싶은 비영리단체의 수요에서 기획되면서 기부자의 지갑을 여는 교육이 주를 이룰 뿐, 기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없다.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고액 자산가들을 위해 자산관리사(PB)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 정도가 전부다.

멜버른·브리즈번=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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