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브룬디 출신 ‘난민 마라토너’ 한국인 됐다

입력 : 2010-11-26 02:53:14 수정 : 2010-11-26 02:53: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도나티엔씨 귀화 시험에 합격
거주도시 이름 따 ‘김창원’ 개명
“이젠 한국인 ‘김창원’으로 불러주세요.”

25일 법무부에서 국적증서를 받은 버진고 도나티엔(33)씨는 한국인이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프리카 브룬디에서 태어난 그는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육상대회에 참가하며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버진고 도나티엔씨가 지난 9월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국제평화마라톤에서 1등으로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때 브룬디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었죠. 브룬디는 종족 간 갈등으로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고 떠나기로 마음먹었죠.”

도나티엔씨는 선수단 일원으로 입국하자마자 난민지위를 신청했다. 정부는 2005년 6월 “브룬디에 돌아갈 경우 신변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했다. 이후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잇따라 1위에 오르며 ‘난민 마라토너’로 이름을 날렸다. 2005년부터 3년 연속 서울중앙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걸 비롯해 동아마라톤, 한강마라톤, 철원 DMZ(비무장지역) 국제평화마라톤에서도 우승했다. 정규 마라톤 코스를 2시간18분대에 주파하는 그의 실력은 국가대표급이다.

경남 창원의 ㈜현대위아에 취직하고 경남대 3학년으로 편입해 ‘주경야독’ 생활을 하던 그는 난민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진짜 한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난민 신분이라 무엇을 해도 불안했죠. 밤에 마음놓고 거리를 다닐 수 있고 나를 친절하게 대하는 한국에 정착하고 싶었습니다.”

2009년 9월 처음 귀화시험에 응시한 지 1년여 만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당당히 한국인이 됐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따 ‘김창원’이란 한국식 이름도 만든 그는 오래전부터 ‘창원 김씨 시조’를 자처하고 있다.

“국적증서를 받으니 그동안 고생한 시간이 눈앞을 스쳤습니다. 앞으로 회사 일, 학교 공부, 마라톤 등 모든 걸 열심히 하는 한국 사람이 되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