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도시 이름 따 ‘김창원’ 개명 “이젠 한국인 ‘김창원’으로 불러주세요.”
25일 법무부에서 국적증서를 받은 버진고 도나티엔(33)씨는 한국인이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프리카 브룬디에서 태어난 그는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육상대회에 참가하며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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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고 도나티엔씨가 지난 9월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국제평화마라톤에서 1등으로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
도나티엔씨는 선수단 일원으로 입국하자마자 난민지위를 신청했다. 정부는 2005년 6월 “브룬디에 돌아갈 경우 신변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했다. 이후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잇따라 1위에 오르며 ‘난민 마라토너’로 이름을 날렸다. 2005년부터 3년 연속 서울중앙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걸 비롯해 동아마라톤, 한강마라톤, 철원 DMZ(비무장지역) 국제평화마라톤에서도 우승했다. 정규 마라톤 코스를 2시간18분대에 주파하는 그의 실력은 국가대표급이다.
경남 창원의 ㈜현대위아에 취직하고 경남대 3학년으로 편입해 ‘주경야독’ 생활을 하던 그는 난민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진짜 한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난민 신분이라 무엇을 해도 불안했죠. 밤에 마음놓고 거리를 다닐 수 있고 나를 친절하게 대하는 한국에 정착하고 싶었습니다.”
2009년 9월 처음 귀화시험에 응시한 지 1년여 만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당당히 한국인이 됐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따 ‘김창원’이란 한국식 이름도 만든 그는 오래전부터 ‘창원 김씨 시조’를 자처하고 있다.
“국적증서를 받으니 그동안 고생한 시간이 눈앞을 스쳤습니다. 앞으로 회사 일, 학교 공부, 마라톤 등 모든 걸 열심히 하는 한국 사람이 되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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